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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pr 04. 2022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신뢰한다는 것

[인터뷰] 인플루언서 마케팅 스타트업 기업 데이터블 이종대 대표

좋은 관계는 공통의 취향과 신뢰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취향이 비슷한 상대에게 끌리고, 상대의 일관된 취향이 지속될수록 그를 점점 더 신뢰하게 된다. 말하자면 사람을 믿는다는 건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든 것들을 믿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인플루언서 어그리게이터(Aggregator)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기업 데이터블은 개별 인플루언서의 취향과 신뢰도를 객관화하는 마케팅 회사다.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종대 대표(39)는 좋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비즈니스로 연계하며 다양한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그에게 있어 인플루언서란 단순히 광고·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 멘토였다.



광고, 인플루언서의 가치를 재조명하다


데이터블의 시작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행사였다. 지난 2018년부터 광고주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하고 이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플루언서들과 관계를 맺었고,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어떤 인플루언서가 효과적인지 노하우가 쌓였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아예 인플루언서와 협찬 및 광고를 연결하는 플랫폼 ‘해시업’ 모바일 앱을 론칭했다. 지금까지 누적 가입자는 2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처음엔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려 가내수공업처럼 DM 보내고 했는데, 해시업을 기반으로 깔고 나니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최근에는 인플루언서가 광고만 받아 하는 게 아니라, 공동구매를 오픈하거나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이미 킴 카다시안이나 리한나 같은 스타들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개코, 임블리 등 인플루언서가 브랜드 파워를 견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마케팅 업계의 인플루언서 열풍이 새로운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사람에 대한 호감과 신뢰, 더 나아가 팬덤을 등에 업고 무언가를 파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저 그 배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일시적인 이벤트에서 항구적인 콘텐츠로 바뀌었을 뿐이다.


“제가 어릴 때 화장품 방문판매 아줌마들이 있었어요. 동네 아줌마들에게 말을 걸고 친해져서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고, 그다음에는 지갑을 열게 했죠. 그분들이 요즘에는 사실상 인플루언서로 대체되었다고 봐요. 구독과 팔로잉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마찬가지로 관계를 맺으며 지갑을 열게 하니까요. 처음 보는 상품일지라도 사람을 믿고 사는 것. 그게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본질입니다.”



좋은 인플루언서의 자질 ‘진정성’


문제는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상품이 다 잘 팔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팔로워나 구독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인플루언서라도 광고 상품 판매가 저조하거나 브랜드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가 상품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협찬에 대한 대가로 수동적 콘텐츠를 게재했을 때 그렇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구독자가 1만 명도 안되는데 공동구매로 3000만 원 매출을 올리고, 어떤 인플루언서는 구독자 50만 명이 넘는데 100만 원도 못 팔기도 해요. 구독자 수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거예요. 중요한 건 광고 상품이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닿는 지점이 있는지, 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전문적이고 진정성이 있는지의 문제죠.”


실제 이 대표는 인플루언서와 파트너십을 맺는 데 있어 다른 누구보다 신중하다. 화장품, 생활용품, 휴대폰이나 자동차가 됐든 특정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온 인플루언서를 선호한다. 화장품 리뷰 영상을 올리던 인플루언서가 화장품을 팔면 믿을 수 있지만, 예쁜 카페에서 찍은 셀카를 올리는 인플루언서가 파는 화장품은 신뢰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좋은 인플루언서라면 메타 인지가 돼야 해요. 자신이 잘하고 못하는 걸 알아야 하고, 모르는 건 어떻게 보충하고 아는 건 어떻게 극대화할지 늘 고민해야 하죠. 팬들에게 원하는 게 있어도 무리하기 요구해서는 안되고요. 이런 자기 객관화가 콘텐츠나 성과가 되고 신뢰가 되는 거예요. 연예인 팬덤이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이라면, 인플루언서 팬덤은 명확한 이유가 있고 견고하게 지속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 없어도 인플루언서는 계속된다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을 탐내는 건 광고주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활동무대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그렇고, 기획사를 자처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도 그렇다. 모두가 인플루언서를 자신의 ‘소유 자산’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플루언서가 MCN 회사에 소속돼 있다고 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기존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방송에 출연시켜 줄 수 있는 게 협상력이 되는데, 인플루언서는 그런 게 없죠. 인플루언서 시장이 판매량이 공개되거나 계측되는 곳이 아니다 보니 규모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데, 연 매출만 100~200억 하는 인플루언서가 수두룩하거든요.”


이 대표가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는 대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그래서다. 데이터블은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접하며 팬덤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여기서 나온 통찰로 개별 인플루언서가 좀 더 나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재무·회계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거나 콜라보레이션 상품 기획과 개발, 출시까지 후방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맡는다. 그렇게 스타트업 유튜브 채널 ‘이오(EO)’와 남성 뷰티 유튜버 ‘아우라M’이 사업 파트너가 됐다.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려면 영향력을 계측화해 피를 섞는 형태로 연결해야 해요. 투자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함께 나누는 공동운명체가 되는 거죠. 저희가 중요시하는 건 팬덤의 신뢰와 확장 가능성이고, 이건 기존 연예인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연예인을 끼고 사업을 하면 처음엔 반짝하고 잘 되겠지만 3년, 5년, 10년이 지나면 ‘후광’은 희미해지고 경영 역량에 따라 성패가 갈려요.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반대예요. 처음엔 자기 얘기하다가 관심사가 생기고, 이 관심사가 호응을 얻으면서 유명해지고, 꾸준히 메시지를 발화하다 보니 비즈니스가 발생해요.”


최근 들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진 건, 어쩌면 그들 말곤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치계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고, 기업은 이미지 세탁에 열심이고, 스타는 전략적으로 연출되고 포장된다. 이런 현실에서 평범한 누군가가 얼굴을 내걸고 자기 얘기를 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 있고 믿음직하니 말이다.


“인플루언서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고 동네 언니나 오빠,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이 사람 뭐야’ 하고 보다가 어느 순간 믿고 의지하면서 팬이 되는 거죠. 명품으로 치장하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누군가를 보고 싶은 게 아니에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적극적으로 취향을 드러내는 삶의 주인공을 좋아하는 거예요. 화장기 없는 민낯을 보여주거나, 성형 사실을 고백하기도 하는 솔직한 주인공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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