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에서는 볼수 없는 '유쾌한' 골프 <스퀴즈>

아마추어 골프 천재의 특별한 데뷔전

by 오늘

US 오픈 진출을 꿈꾸는 전도유망한 골프 천재 오기(제레미 섬터 분).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가난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프로 골퍼를 꿈꾸는 그에게는 늘 자신을 응원하는 여자친구 나탈리(질리언 머레이 분)가 큰 힘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오기 앞에 베테랑 도박꾼 리버보트(크리스토퍼 맥도날드 분)가 나타나 달콤한 제안을 한다. 자신이 주선하는 내기 골프 경기에 참가해 이기면 큰돈을 만지게 해 주겠다는 것. 오기는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위해 이를 수락하고, 잇따라 경기에서 승리한 데 이어 큰 판돈이 걸린 라스베이거스 무대에까지 진출한다.


영화 <스퀴즈>는 요즘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퍽 신선한 작품이다. 스포츠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종목인 골프, 그중에서도 '아마추어 골프 도박'을 중심에 뒀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시나리오는 실제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로 골퍼로 활동한 키이스 플랫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고, 미국의 베테랑 스포츠 중계 프로듀서 테리 재스트로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미 기획 단계부터 골프 영화로서 최적의 앙상블을 세팅한 셈이다.

자칫 지나치게 전문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내내 '친근한 골프'를 조명하는 영화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특히 첫 시퀀스, 오기 일행이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자연 지형을 이용한 코스에서 행해지는 장거리 경주) 방식으로 내기 골프를 하는 장면은 마치 TV쇼 무대의 사전 MC처럼 관객을 스크린 가까이 잡아끄는 데 주효하다. '골프공을 손으로 잡지 않고 가장 빨리 홀에 넣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간단한 규칙. 그리고 아스팔트 도로와 흙바닥, 수영장 등 도시 곳곳을 휙휙 넘나드는 로케이션 변화는 '느린 스포츠'로 여겨지는 골프를 긴박감 넘치는 레이싱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다.


골프 본연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건 영화 중반 이후 리버보트와 오기의 내기 골프 장면들에서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식 코스를 밟지 않은 천재' 오기의 독특한 골프 스타일과 이런저런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아마추어 골프 경기 특유의 유연함이 큰 몫을 한다. 오기가 한 손으로 퍼팅하거나 야간 경기 중 공이 굴러갈 코스를 표시하기 위해 필드 위에 담배를 놓아두는 장면. 여기에 '스윙을 직접 막지만 않으면 된다'는 규칙에 따라 상대 선수 옆에서 몸을 흔들고 고성을 질러대는 장면까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테크닉이나 룰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아마추어 스포츠가 지닌 비공식성을 유쾌하게 담아낸 영화의 방식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오기가 라스베가스를 향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소 억지스럽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오기에게 있어 '구원의 손길'이자 '검은 유혹'인 리버보트 캐릭터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건 아쉬운 지점이다. 그의 과거는 베일에 싸여 있고, 도박꾼으로서 그가 가진 철학 또한 별다른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때문에 그는 영화에서 단순히 '쉽게 큰 돈을 벌기 위해' 도박을 해온 얄팍한 악역으로만 남고 만다. 더불어 오기의 연인 나탈리, 리버보트의 파트너 제시(캐서린 라나사 분) 등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각각 남성의 조력자 역할로만 다뤄진 점도 눈에 걸린다. 천재 골퍼의 재치 넘치는 플레이에 환호하다가도 어쩐지 '캐디'처럼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2016년 11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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