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색채 담긴 또 하나의 '스노우 매직 버스터'
<겨울왕국>(2013)의 흥행은 국내 박스오피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다. 한동안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애니메이션, 그것도 어린이 관객을 타겟으로 한 '만화영화'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에 불러들였으니 말이다.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과 드라마틱한 OST까지. 백설기처럼 하얀 눈과 휘황찬란한 마법으로 점철된 이 세계는 이제 '스노우 매직 버스터'라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눈의 여왕3: 눈과 불의 마법대결>(아래 <눈의 여왕3>)은 제2의 <겨울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부모님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겔다와 카이 남매가 '소원의 돌'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다룬다. 이들이 모든 걸 얼려 버리는 눈의 여왕,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불의 마왕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겔다와 친구 로렌이 '소원의 돌' 때문에 각각 눈의 여왕과 불의 마왕의 저주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겔다가 눈을 자유자재로 이용해 얼음 기둥을 세우고 커다란 기차를 만드는 등 장면들은 <겨울왕국> 속 엘사의 모습과 닮아 반가운 기시감이 든다. 여기에 양 손바닥으로 불을 쏘아대는 로렌에게서는 마블 히어로 아이언 맨의 모습까지 엿보인다. 두 사람을 각각 따르는 얼음과 불의 정령 또한 작고 귀여운 외모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건 <눈의 여왕3>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이다. 겔다 남매를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서구 백인이 아닌 제3세계 인물로 그려지고, 특히 이들을 돕는 알피다와 로렌은 검은 머리와 짙은 색 눈동자 덕분에 친숙하게 다가온다. 모자 달린 털옷이나 머리에 두른 띠 등에서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러시아 문화의 색채가 짙게 느껴진다. 북유럽 신화 속 트롤이 주인공들의 모험에 큰 축을 이루는 점 또한 낯설면서도 신선한 영화의 구성 요소다.
그런데도 말끔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다소 못 미치는 이 영화의 만듦새는 아쉽다. 겔다와 카이 남매 사이에 끼어든 로렌이 후반부 보여주는 캐릭터 변화는 다분히 작위적이어서 공감하기 어렵다. 가족 간의 갈등으로 시작한 영화가 결국 가족애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급히 귀결되는 후반부 또한 억지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눈의 여왕과 불의 마왕, 그리고 두 정령이 직접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 그리고 '눈과 불의 마법대결'이란 부제가 무색할 정도로 스펙터클이 빈약한 클라이맥스는 <눈의 여왕3>의 패착이다.
<눈의 여왕3>는 지난 2013년 첫선을 보인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안데르센의 명작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 1편 27만 명, 2편 <눈의 여왕2: 트롤의 마법거울>(2014)은 6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7년 1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