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떨어진 한 남학생의 좌충우돌 '윤회'기
죽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장르를 대라면 아마 많은 이들이 록(Rock)을 꼽을 것이다. 헤비메탈의 부흥기였던 1980~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 록 음악은 특히나 그렇다. 검은 가죽바지에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는 언제부턴가 록 음악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많은 록스타들은 강렬한 비주얼과 샤우팅 보컬로 압도감은 물론 공포감까지 자아냈다. 아예 데쓰 메탈(Death Metal)이란 하위 장르까지 있는 걸 보면 록을 '죽음의 음악'이라고 부른다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렛츠락! 죽어서 하는 밴드>는 록 음악과 죽음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버무린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고등학교 3학년생인 주인공 다이스케(카미키 류노스케 분)가 수학여행 중 버스 추락 사고로 죽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짝사랑하던 히로미(모리카와 아오이 분)에게 드디어 마음을 고백한 순간 죽음을 맞고, 설상가상의 착오로 인해 자살 판명을 받아 지옥에서 눈을 뜬다. 그곳에서 지옥 전속밴드 헬즈(Hells) 멤버들을 만난 다이스케는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방법을 듣는다.
다이스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에피소드들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도 폭소를 자아낸다. 시뻘건 얼굴에 기다란 뿔을 가진 킬러 K(나가세 토모야 분)를 비롯해 헬즈 멤버들이 과격한 퍼포먼스와 폭력성으로 다이스케와 부딪치는 장면들은 특히 그렇다. 내내 다이스케를 윽박지르면서도 정작 직접적인 위협은 가하지 못한다거나, 기괴할 대로 기괴한 외모 덕분에 되레 실제 메탈 밴드가 떠오르는 이들의 모습은 차라리 만화적으로 느껴져 친근감마저 자아낸다.
"키스도 한 번 못 해보고" 죽은 다이스케가 몇 번이나 동물로 환생하는 에피소드들 또한 대책 없이 유쾌하다. 앵무새로 환생한 것을 시작으로 매번 화장실 변기를 통해 이승으로 돌아가는 그가 가재, 돌고래, 사마귀, 개 등 갖가지 동물로 변해가며 태어나는 것이다. 이 장면들은 특별한 맥락 없이 당당하고 천진난만한 영화의 태도 덕택에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노래가 마음에 안 들어서"라거나 "못생겨서", 또는 "나보다 더 튀어서"라는 등의 이유로 다이스케에게 간단히 '축생'(畜生,짐승) 도장을 찍는 염라대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믹 요소다.
내내 장난스럽기만 한 영화는 중반 이후 나름의 드라마를 통해 관객의 감동을 자아내는 데에도 일정 부분 성공한다. 일편단심 히로미와의 사랑을 꿈꾸면서도 옛 연인을 잊지 못한 킬러 K를 위해 기꺼이 사랑의 메신저가 되는 다이스케의 서사를 통해서다. 특히 이승에서의 10년이 지옥에서는 1주일이라는 설정 때문에 매번 10년씩 나이 든 히로미를 만나는 다이스케, 먼저 죽은 자신 때문에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내에게 미안한 킬러 K의 심리는 스크린 밖에도 오롯이 전해져 마음을 울린다. 삶을 향한 다이스케의 절실함이 '죽음을 살아가는' 그의 열정으로 치환되는 전개는 평범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남다른 무게로 각인시킨다.
이 작품의 원제와 동명인 'Too young to die'를 비롯해 극 중 다이스케와 킬러 K가 부르는 OST 넘버들은 멜로디컬하면서도 박진감 넘쳐 영화의 화룡점정을 이룬다. 특히 실제 라이브처럼 연출된 이들의 공연 장면이 영화 곳곳에 등장해 마치 J-Rock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여기에 킬러 K가 다이스케에게 "지옥에만 있는 코드"라며 H 코드를 전수한다든가 "지옥(Hell)과 천국(Heaven)의 첫 자모는 똑같이 H"라고 웅변하는 장면들은 일견 록에 심취한 여느 록스타의 모습과도 닮았다. 영화 말미, 다이스케를 영입(?)한 헬즈가 천국행 티켓을 두고 '초폭력 걸스 밴드'와 대결하는 록 배틀 신은 록 페스티벌의 피날레 무대처럼 영화에 정점을 찍는다. 2017년 1월 5일 디지털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