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을 다스리며

겨우 38일간의 다짐

by 방골

하나하나의 점묘법 그림들을 추레한 고무줄로 엮어낸 그림책이 하릴없이 빠르게 넘어가며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이 우리네 삶이라면,

아마도 제 삶에서는 서너번째 쯤 챕터가 이제 막 완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주해온 것들을 글로 다 엮어내기에 기운이 충분치 않았는지, 딱히 기록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랑곳 않고 흘러간 시간 끝에 서서 근 몇 년을 돌아보니 눈 깜짝할 새라고 느꼈음에도 이번 챕터의 첫 장과는 또 많이 바뀌어있네요


남은 삶도 이러할거라는 생각이 들면 한쪽 뒤통수가 뻐근해질 정도로, 내적으로 참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넘어 그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기껏해야 스무 몇해라지만 그간의 제 그림책들은 모두 파쇄기에나 들어가야 할 것처럼 여겨질 만큼 모두의 이방인이 되어 홀로 남은 것만 같은 경험도 있었더랬죠


그래도 저는, 소중하다 여기며 지켜온 것들을 남들과 사뭇 다르다는 이유로 쉬이 내어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지키며 살려 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손가락질 받고 외면당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을테니까요 늘 그랬듯 저의 목표는 다음 그림책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마냥 흔들리기만 하는 것 같던 와중에도 발견해낸 것이라면 그래도 내 안 깊은 어느 곳에 이제는 없어진 줄로 알았던 단단한 무언가, 과정에서 회복된 아주 약간의 믿음, 그리고 이제는 외적인 실력이라 할 만한 것을 갖추어야 나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있다는 사실, 정도가 되겠네요


늘 결과보단 과정을, 마주함보다는 멀어짐의 순간을 더 소중히 하였던 만큼 이번에도 그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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