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파워스톤'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부쳐
아래 글은 HFK라는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모임의 개인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 추가 발전한 기록입니다. 타이틀 사진: Unsplash의Nik
매거진B 읽기 모임에서 마지막으로 틱톡을 읽었다. 그러고 나서 든 질문이 있다 : 틱톡은 브랜드일까? 이 질문은 좀 더 정확하게 바꾸어 말하면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브랜드일 수 있을까? 이다.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브랜드일 수 있을까?
이 엉뚱하게 들리기도 하고 도발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 질문은 사실 의도적으로 과하게 철학적인 접근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미리 밝혀야 할 것 같다. 어처구니없이 얕은 생각의 단편을 던지는 중이라거나, 또는 틱톡에 시비를 걸어 어그로를 끌어보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를 매개로 ‘브랜드’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보고 싶었다.
이 엉뚱한 질문은 브랜드에 대한 아래 두 가지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1. 모든 이름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꼭 브랜드인 것은 아니며, 브랜드여야 할 필요도 없다. 즉, 브랜드가 그 자체만으로 ‘있어 보이는’ 권위를 부여해 주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걸 전제하는 주장이다.
2. 브랜드는 단순 제품과 서비스의 1차적인 효익을 넘어 특정한 ‘가치와 경험’을 일관되게 전달/제공할 때 브랜드로 인정받는다는 최근의 정의에 동의하고 있다.
사실 틱톡에 대해 탐구하기 전부터 내심 그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매거진B에서 다루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편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좋은 브랜드만 꼽아 다룬다는, 그래서 이제는 '매거진B에 실리면 좋은 브랜드지'라는 일종의 보증 같아진 매거진B가 과연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브랜드의 정의를 ‘유명세' 정도로만 본다면야 instagrammable, ticktokable 같은 이름을 딴 단어까지 죽죽 만들어내는 둘 만한 서비스가 또 있겠냐마는, 그래도 요즘은 브랜드의 정의를 ‘제품 또는 서비스를 넘어 가치를 제공한다' 정도의 그럴싸하고 고차원적인 무언가에 두는 걸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아니던가?
수 없이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틱톡, 근데 이제 그게 계속 바뀌는.
틱톡이 아무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틱톡은 오히려 수많은 사용자들 모두가 원하는 각각의 즐거움을 놀랍도록 모두 제공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즐거움’의 종류는 틱톡의 수많은 사용자만큼이나 개수가 다양하다. 그게 사실 포인트이다.
21년 상반기에 발행된 매거진B의 틱톡 편은 틱톡의 가치를 ‘무용한 시간의 발견’이라고 정의했다. 가볍고 우스꽝스럽고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날것의 재밌는 순간들을 즐기는 것. 사실 아주 멋진 분석과 표현이라고 감탄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초기 잠깐의 틱톡만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의 틱톡은 굉장히 완벽한 순간들, 우스꽝스럽다기 보단 자랑스러운 순간들, 그리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꿀팁을 모은 정보성 컨텐츠들도 많다. 매거진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틱톡도 점점 더 많은, 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고, 그에 따라 더 다양한 사람들이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당연히 초기의 컨텐츠들과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달라지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고는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좀 다르다. 틱톡에서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것은 틱톡이 제공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컨텐츠이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갈수록 사람들이 느낄 가치가 변화하는 건 숙명과도 같다. 인스타그램도 처음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를 위주로 소통하는, '감각적인 사람들의 감성적 교류' 같은 혁신적인 가치를 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인스타그램은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광고가 돌아다니고, 감각적인 사람들처럼 보였던 인스타그램의 헤비유저는 요즘은 허세 가득한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니까 매거진B에서 틱톡과 인스타그램과의 비교우위를 설명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은 ‘이상적이고 완벽해 보이는,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가짜’인데 반해 틱톡은 솔직한 날것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인스타그램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 의도하지 않았고 초기의 인스타그램은 그렇지도 않았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틱톡도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근본적으로 소셜미디어는 브랜드로써 가치의 명확성이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이고, 유지하는 게 어울리지도 않는 구조인 것이다.
어그로를 끌려는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는 근본적으로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구조가 아닐까?
사실 이렇게나 유명한 서비스를 브랜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아무리 봐도 일단 어그로를 끄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건 ‘브랜드’라는 단어를 무언가 파워스톤처럼 생각하고 모두가 찬양하며 아무 고민 없이 가져다 쓰는 단어가 되는 상황이 조금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를 브랜드라고 부르려면 ‘이름이 있고, 로고와 디자인이 있고, 유명하니까’ 정도로 정당성을 획득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브랜드의 정의가 예전의 정의 수준으로 회귀하는 느낌이 들어 혼란스럽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브랜드라고 불러야 할까에 의문을 제기해보고 싶었다. 나는 매거진B가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을 다루는 편이 있다는 게 무언가 애매한 기분이 든다. 소셜미디어는 브랜드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