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생성형 인공지능 창작물의 논란
생성형 AI(이하, ‘인공지능’)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예술과 디자인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은 한쪽에서는 놀라움을 다른 한쪽에서는 지속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 이슈, 둘째, 질 낮은 ‘인공지능 스타일’ 이미지의 양산,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툴 자체가 타인이 만들어놓은 작업물을 무단으로 학습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어쨌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결과물을 자신의 창작물로써 선택하고 외부에 공표하기로 결정한 창작자, 즉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러나 마지막 이유는 인공지능 툴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흥미로운 논란거리를 던져보고 싶다.
타인의 작업물을 ‘무단으로 학습’하는 일에 대해
세 번째 이슈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 인공지능 툴들이 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결과물, 즉 다른 누군가의 창작물을 보고 학습한 것은 엄연한 저작권 침해다. 그래서 그 툴로 만들어진 창작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창작물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는 것 자체가 남이 무단으로 ‘사용’할 권리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어떤 기업들은 이런 논란을 애초에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저작권을 확보한 이미지들만 학습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전에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 인간은 다른가? 나는, 다른 디자이너 및 창작자들은, 남의 작업물을 보며 학습하지 않았나? 아니, 대놓고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고 모방을 학습의 도구로 장려하지 않았던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차피 내 브런치는 파급력이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해본다는 마음 반) 이 주제로 타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던져보는 마음이 반 있다.
“인간은 다른가? 나는, 다른 디자이너 및 창작자들은, 남의 작업물을 보며 학습하지 않았나? 아니, 대놓고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고 모방을 학습의 도구로 장려하지 않았던가?
인공지능이 이렇게까지 발전하기 전에는 인간들끼리의 학습 속도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내가 만든 작업물을 남들에게 보라고 실컷 내놓아도 타인이 내 작업물을 보고 배우는 속도만큼이나 내가 나를 알려 돈을 벌고 유명세를 얻고 더 성장하는 속도가 있으니 괜찮았다. 나도 또 남을 배우면 된다는, 그렇게 서로 배우고 공유하며 이 터전을 함께 가꾸어나간다는 너그러운 마음가짐이 있었을 테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학습 속도에서 차원이 다른 존재가 등장하자, 그러한 너그러웠던 마음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사실 우리가 불편한 것은 누군가가 내 창작물을 허락 없이 학습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내 미래를 위협한다는 것 사실에 있는 것뿐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논란은 기계파괴운동과는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마땅히 불편해해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로 만들어낸 창작물 각각의 적정성 여부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창작의 민주화 시대, 우리 모두 생각해보아야 할 것
이 짧은 글은 맹목적인 거부를 거부하자는 마음으로 썼다. 디자인의 역사는 깊지 않고, 그 짧은 역사 속에서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과 도구를 달리하며 빠르게 변화해 왔다. 디자인은 원래 그랬다. 지금도 그 적극적인 변화의 시기 중 하나로 보아야 할 테다.
생성형 AI는 ‘창작의 민주화 시대’를 열고 있다. 여기서 마음가짐의 변화가 필요한 건 기존의 디자이너나 창작자들 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 창작자라는 이름을 갖고 싶다면 창작자로서의 마음가짐 역시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로 우리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보수적으로,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적합성을 관리, 감독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이든, 노래든, 영화든, 내 작업물이 누군가의 작업물과 유사하다면 ‘몰랐다’며 회피하는 것은 (지금껏 다른 창작자들에게 그래왔듯) 완전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창작자는 내 작업물이 타인의 작품의 표절에 가깝지 않은지 적극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두 번째로 보다 수준 높은 작업물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과 안목을 갖자. '시각 공해'라는 표현을 아는가? 요즘의 소위 '인공지능 스타일 이미지'에 피로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역시 아무렇게나 양산해 낸 질 낮은 이미지들이 너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즐기고 학습하는 데에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옭아맬 필요는 없지만,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는 결과물에는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편리함에 취하기 앞서 책임감 역시 갖자. 세상에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일을 한다는 창작자로서의 고고한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