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w. 셰퍼의 통찰, 인간적인 브랜드

2부 4화. 우정브랜딩의 징조, 네 번째

6화까지 스몰브랜드, 프로세스 이코노미, 인플루언서 마케팅 같은 현상이 우정브랜딩의 징조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현상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브랜드에만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정브랜딩 패러다임은 작은 브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부 남은 화에서는 메가 브랜드에 더 어울릴법한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을 먼저 소개하고 가고 싶은데요, 5화에서 잠깐 인용한 적 있는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를 쓴 마크 W. 셰퍼입니다. 마크 셰퍼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브랜드와 친구 같은 애착관계를 맺는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친구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브랜드와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의 회사를 사랑하도록 만들기가 힘들다면, 회사가 아니라 당신의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게 훨씬 더 쉬울 수 있다. 이를 '인간 노출 확대하기'로 부른다

책의 원제는 '마케팅의 반란 Marketing Rebellion'이고, 책 전체 내용은 사실 원제가 훨씬 적절합니다. 그는 책 서문에서 '내가 비즈니스에 몸담은 30년 동안 배우고 믿었던 거의 모든 내용이 바뀌고 있거나 무너지고 있었다'라고 평하며, '소비자가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 판매 깔때기는 사라졌다. 광고가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훌륭한 마케팅이 오히려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다. 충성심은 전설에나 존재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마케팅 부서의 고착화 때문이죠. 그는 해결책으로 브랜드가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인간 노출 확대하기 전략'을 설파합니다. 그 전략에 대해서는 제 브런치에서 다루지 않겠지만, 다만 그가 짚어내고 주목한 모든 현상이 우정브랜딩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어 그 부분만 소개하려 합니다. 그가 주목한 현상이 어떤 것인지 이번 챕터는 조금 긴 인용으로 갈음해보려 합니다.





이야기는 비누에서 시작한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를 씻길 때면 언제나 아이보리 Ivory 비누만 사용하셨다. 아이보리는 TV 역사상 가장 많은 광고를 내보낸 브랜드 중 하나였다. TV만 틀면 나오는 반복적이고 설득력 있는 아이보리 광고 덕분에, 어머니는 결국 아이보리 브랜드에 신뢰를 보냈다. 아이보리는,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누렸던 고품질 수입 비누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P&G 공동 설립자의 아들 제임스 노리스 갬블 James Norris Gamble이 1878년에 흰색 비누 제조 공식을 사들이며 시작한 브랜드다. 당시에는 이 제품을, 전혀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비누로서는 꽤 매력적인 이름인 화이트 비누 White soap라고 했다. 아이보리는 종이로 개별 포장되어 팔린 최초의 비누였다. 사실 비누에 브랜드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단순한 비누가 브랜드화되면서 아름답고 깨끗하며 한결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보리는 어찌나 순수한지 물에 뜨기까지 했다. (사실 이는 기계 담당자가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기계를 켜놓고 가는 바람에 비누 원료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간 사고가 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물에 뜨는 비누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회사는 1882년에 1만 1,000달러라는 당시로는 엄청난 돈을 첫 광고에 쏟아부었다. P&G가 단순히 비누를 대량 생산하고만 있던 게 아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제품을 믿고 사용하라고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에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1880년대 사람들은 동네 상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데 익숙했지, 이름 모를 사람이 만든 제품을 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대량 생산, 대량 보급, 대중 매체가 출현하기 전에는 전 세계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정육점 주인, 빵 만드는 사람, 비누 만드는 사람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포장 비누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혁신이었다.

오늘날, 그렇게 하얗게 고고함을 유지하며 아이보리가 쌓아 올린 “상아탑”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한때 시장에서 50%(심지어 1970년에도 20%까지)를 차지했던 브랜드가 이제는 3%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아이보리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갑자기, 여지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P&G는 자사의 가장 유명한 제품 생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어디 아이보리뿐이겠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타이드, 팸퍼스, 크레스트도 급속한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100년이라는 세월에 걸친 광고와 최고의 마케팅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이 떠받치고 있는,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제품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쉽사리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비누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다. 인도 같은 나라에 외주를 줘서 만드는 것도 아니다. 태양 에너지로 비누를 대신할 수도 없다. 우리는 여전히 비누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굴지의 기업들조차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고객의 욕구가 빠르게 변할 수 있는 걸까?

어느 날, 한 젊은 여성의 말 한마디가 내게 실마리를 주었다. 그 말을 통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왜 그게 사실이며, 왜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의 실패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비즈니스 세계의 실상을 꿰뚫는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이었다.



그걸 만든 사람


나는 고향 테네시주 녹스빌을 방문해 젊은 친구들과 함께 시원한 음료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화장실에 들렀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화장실 한편에는 지역의 소규모 회사에서 만든 비누들, 꿀&오트밀, 오이&알갱이처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재료가 표시된 다양한 종류의 수제 비누가 쌓여 있었다. 수제 비누는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고 아무 데서나 팔지도 않는다. 그중에는 아이보리보다 10배나 비싼 비누도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동했다. 빠듯한 예산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부부가 왜 세계적인 회사가 만든 유명 브랜드 제품에 등을 돌린단 말인가?

그래서 내가 물었다.

“평생 아이보리 비누 광고를 보며 살았을 텐데 왜 아이보리나 다이알, 도브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만든 비누를 사는 거예요? 이 브랜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뭐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브랜드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참 좋아요.”

그녀의 이 간단한 말속에 심오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비즈니스,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격변의 근본 원인이 그 안에 담겨 있던 것이다.

그녀는 그 지역의 비누 회사와 설립자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회사를 세운 분들을 만나봤는데 굉장히 좋은 분들이에요.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만드시더라고요. 우리 고향에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해야겠다고 다짐하셨대요. 환경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연적이면서도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고요. 솔직함과 도덕적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어 하시고, 직원들에게도 대우를 잘해줘요. 제가 직원들도 지접 만나봤거든요. 저는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지역 공동체와 관련되어 있잖아요. 이 회사 사장님들은 우리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하시는데,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그분들한테 신뢰가 가더라고요. 저는 그분들이 무얼 만들든 도와드리고 싶어요.”

내가 그녀에게 이 비누에 관한 광고를 본 적이 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뇨, 사실은 광고란 걸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젠지 기억이 안 나는 걸요.”

만약 당신이 이런 이야기를 1970년대 P&G의 마케터에게 들려주었다면 그 담당자는 아마도 당신을 외계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 여성은 지금 광고가 자기에게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역 비누 회사 설립자의 비전을 믿기에 아이보리보다 10배나 더 비싼 비누를 위해 돈을 지불한다. 그녀에게는 흔히 마케팅의 4P라고 하는 제품, 가격, 홍보, 유통보다 설립자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 도대체 무슨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이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당신은 이 책 전체에 걸쳐 소비자가 주도하는 변혁의 결과로 나타난 많은 사례를 보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런 반란의 분위기는 100여 년 전에 걸쳐 은근하게 무르익어 왔다. 우리는 현재 세 번째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반란의 초입에 들어섰다.


(중략)


피할 수 없는 다음 반란에 대해 비누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기에 다섯 가지 단서가 있다.

첫째, 그 여성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 이면에 있는 사람에게 감정적 애착을 가졌다. 그 지역의 비누 회사 사장은 그녀에게 사실상 아무것도 팔지 않고도 자신의 비전과 이상을 믿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아이보리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둘째, 그 여성은 전통적인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이보리 비누와 같은 대표적인 제품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렇게 광고를 해댔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TV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고, 광고가 없는 위성 라디오와 팟캐스트를 들으며, 휴대폰과 컴퓨터에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깔았다. 말 그대로 광고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전통적인 방식으로 본다면, 이 지역 생산 제품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그 여성이 그 비누를 구입한 이유는 그 회사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 유형의 이익을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 비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역 비누 회사의 목적이 지닌 가치와 일치했고, 그녀에게 있어서 그 가치는 아이보리라는 안전한 선택지를 택하고, 돈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넷째, 그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던지 나도 그 비누를 사고 싶어졌다. 입소문으로 퍼지는 추천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지원하는 공급망의 힘은 대형 소매점의 선반을 차지해야 한다거나 뉴욕의 대형 광고 대행사와 계약해야 한다는 과거 방식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기울어졌던 경쟁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는다. 의미 있고, 믿을 수 있으며, 소비자와 관련 있는 이야기가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 지역 비누 회사의 이야기는 너무나 진솔했기에 그 친구가 열정적으로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옮긴 것이다. 이제는 고객이 마케터다.

마지막으로 구매에 있어, 적어도 예전과 같은 인식 관심 평가 등의 판매 깔때기는 없었다. 그 친구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 말고는, 고객이 처음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부터 서비스 제공이 완료되는 순간까지를 분석하는 ‘고객 여정’도 없었다. 광고를 보지 않으니 상호작용도 없고 손길이 미치지도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케팅을 할 수 있겠는가? 광고를 보지 않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 사람에게 말이다.


이 사례를 통해, 지휘 및 통제라는 마케팅의 근간이 우리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게 보인다.

더 이상 거짓말은 없다.

더 이상 비밀은 없다.

더 이상 통제는 없다.


한 세기 이상, 우리는 광고 노출의 축적을 통해 아이보리 같은 위대한 브랜드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반란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기업과 브랜드는 인간 노출의 축적을 통해 새로이 건설되어야만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유일하게 믿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사실은 마케팅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디어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리는 비즈니스가 늘 감정, 그리고 관계에 관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구입 행위는 자기가 알고,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단지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광고와 홍보 활동과 소셜 미디어가 믿기 힘들 정도로 비용 효과성이 뛰어나고 그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전체에 걸쳐 마크 셰퍼는 사람들이 왜 더 이상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광고, 스토리를 믿지 않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왜 브랜드가 드러내는 ‘인간성’에 주목하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의 인간성은 브랜드의 가치관과 정치적 발언 같은 현상도 설명하고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우정브랜딩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모든 브랜드에게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마케팅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세상에 살고 있죠. 사람들은 브랜드가 기존에 하던 방식의 ‘그럴듯한 브랜드로써’ 전달하는 스토리, 광고, 마케팅들을 이전만큼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가 보여주는 인간성을 보고 선택합니다. 광고의 반복이 아니라, 관계의 반복적 경험이 브랜드의 자산이 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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