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사람을 만납니다.
'사람'은 제품을 만들고, '사람'이 제품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얕은 상술과 말재간이 아닌, 사람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먼저 보고 싶어요.
진심을 다해 하루를 사는 나와 같은, 또다른 '나'의 이야기.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크라우디 에디터 전지은입니다.
가죽을 엮어 신뢰를 파는 남자 가방 기업, 윈저노트 (Windsor Knot).
제품, 제품을 파는 사람. 이들을 만나본 에디터의 짧은 소회, 같이 나누려고 합니다.
참 반짝인다, 도시가.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지갑 가벼워지는 소리, 무시 못하지만 선물 리스트는 자꾸 길어진다.
한 해 동안 행복한 순간을 나눠 가진 소중한 내 사람들,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도록 힘 되어 준 고마운 사람들.
마음을 온전히 전달해 줄 물건을 고르며 느끼는 묘한 흥분과 설렘.
받을 사람이 사랑해 마지않을 무언가.
가치관과 성향을 우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접어두고 남에게 자랑할만 한 혹은 내 기준에서의 좋은 선물을 선택하려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게 사실.
작년 이맘때의 내가 그랬듯.
할아버지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가방.
마실 가실 때마다 붙박이처럼 데리고 다니는, 낡을 대로 낡은 크로스백.
가죽 제품은 손때를 타면 탈수록 멋스러워진다?
어느 정도 제한된 기간을 가정하고 한 말일 거다, 분명.
(구매의 순간, 망설이지 못하도록 만들어낸 상술일지도 모른다.)
‘빈티지’라기엔, 다른 빈티지 제품들이 기분 나빠하겠다는 생각.
할아버지의 가죽 가방은 내겐 그저 흉물스러운 기운을 내뿜는 무언가였다.
(항상 가방에서 꺼내 물려주시는 초콜릿의 사르르 기분 좋은 맛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옷차림과 장소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다른 종류의 가방을 두는 게,
아니, 사실은 더 멀끔한 가방을 드시는 게, 할아버지에게 더 나을 거야.
내 시선을 앞세운 선택.
이쯤 되면 애착 가방(?)이 아닌가 싶은, 낡디 낡은 저 크로스백을 대체하리라.
자신있게 보여 드린 실용성 높은 백팩과 브리프 케이스는 모두 퇴짜 맞았다.
엄한 것들일랑 사려고 하지 말아라.
젊었을 때 사서 오래된 거긴 해도, 이만한 물건을 본 적이 없어.
든든하지, 푸근하지, 얼마나 믿음직스럽다고.
저 가방에 쓰인 소는 이미 환생해서 자식도 낳았을 거라는 투정에도,
빙그레.
화려한 무늬 없어도 낡았어도,
바늘 한 땀 한 땀에 가죽 만진 사람의 올바른 마음이 들어가 있다.
그런 정직한 물건과 함께 나이 먹어가는 거, 행운이야.
진심을 다해 가방을 만든다는 이 사람은,
수줍게---그러면서도 자신감있게---내밀었다.
남자 가방 분야가 그리 블루오션이었나?
리뷰가 어떻게 이렇게 많을 수 있지?
의심했다. 아니, 의심할 수 밖에.
투박한 표현으로 가득 찬 그의 설명글은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고.
가만히 들여다봤다, 앞에 앉은 이 사람을.
제품에 대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위해
가죽 제품 곳곳 믿음직한 요소를 눌러 담았다 자부하는
진실한 눈빛과 말투.
나의 할아버지와, 짝꿍처럼 붙어다니는 그의 어깨 위 가죽 가방.
단정하고 따뜻한 그 모습이 겹쳐지는 이유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기대되는,
현란한 문구나 치장보다 담백한 진심을 머금고 있는.
신념을 정성스레 녹인.
이 정도라면 나의 할아버지도,
빙그레
하시지 않을까.
혹자는, 그 마음을 알기에 대표의 미래를 더욱 응원한다고 한다.
주제넘지만
나도 하려고 한다,
응원.
제품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다 윈저노트 대표님도 슬며시 바라보게 됐어요.
궁금한 부분과 사소한 TMI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어요.
연말, 인간미 느껴지는 사람과의 대화만큼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뭐가 있을까 싶은데, 여러분은 어떠실까 궁금해요.
멀리 가지 마시고, 다음 글에서 함께 확인해보시겠어요?
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 할 시간, 그거면 충분하거든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그 때의 달달한 시나몬 향을 떠올릴 수 있는 인터뷰를 가져와 봤어요.
2019년도 벌써 7일째네요.
에디터 전지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