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일생

by 여송

느티나무 아래에 매미 한 마리가 죽어 있다. 이 곤충이 활동하는 시기인 여름철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의 사체(死體)는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 매미의 머리와 배는 육식동물에 뜯어 먹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박사(薄紗)처럼 얇고 부드러운 그의 한쪽 날개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리고 찢겨 나갔다. 다른 쪽 날개는 폭탄을 맞아 추락한 전투기 잔해의 그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졌고, 초겨울의 쓸쓸함과 공허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누렇게 말라죽은 잡초들과 스산한 잿빛 하늘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해 준다. 한여름,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랫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던 이 생명체는 이제 차디찬 흙바닥에 말없이 누워 있다. 그의 울음소리는 허공 속으로 산산이 흩어졌고, 영혼이 빠져나간 그의 육체는 싸늘하게 식은 재처럼 대지 위에 널브러져 있다.

매미는 땅 속에서 유충으로 7년가량 살다가 지상에 올라와서 성충이 된 후에는 고작 1달 정도 생존하는 특이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동물이다. 이 곤충은 일생의 대부분을 유년기로 보내는 셈이다. 100세까지 사는 사람에 비유할 경우, 이는 99년을 미성년자로 살다가 마지막 1년을 어른으로 보내고 생을 마감하는 격이다.

땅 속에서 7년 동안 기다린 후 찾아오는 지상에서의 1개월간 생존기간 동안 그는 짝을 찾고 번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의 처절한 생존을 위해 그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그렇게 목청을 놓아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매미는 한 달 동안의 지상에서의 삶을 위하여 지하 어둠 속에서 7년간을 참고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는 역경에 처한 사람이 기나긴 인내와 노력 끝에 짧지만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매미의 이러한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삶은 우리 인간들에게 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

매미는 가늘고 긴 파이프 형태의 입으로 나뭇잎에 고인 이슬이나 수목의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이런 점에서 옛 조상들은 매미에 대해 잡것이 섞이지 않고 맑아 '청(淸)'이라는 덕목을 가진 동물로 숭상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매미에 대해 머리에 홈처럼 파인 줄이 갓끈과 비슷하여 지혜가 있을 것으로 보는 '문(文)', 다른 곡식을 축내지 않아 염치가 있는 '염(廉)', 살 집을 따로 짓지 않는 검소함을 실천하는 '검(儉)', 계절에 맞춰 오고 가는 믿음을 보여 주는 '신(信)'이라는 다섯 가지 덕목을 가진 영물(靈物)로 보았던 것이다.

유충일 때는 땅 속 어두운 곳에서 살다가 성충이 되어서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면서 맑은 이슬이나 수액만을 먹고 자라는 매미는 깨끗함과 순수함의 상징이다. 채근담(菜根譚)에 의하면 '매미의 유충인 굼벵이는 매우 더럽지만 자라나서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이 되어서 여름밤에 빛을 낸다. 진실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매양 어두움에서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하면서 매미의 청결함과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매미의 일생은 귀감이 될 만하다. 우리는 보다 밝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미의 삶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초등학생 시절, 여름방학 과제물인 곤충채집을 위해 말총으로 이 곤충을 잡던 우리들에게 매미는 다정했던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다. 우리에게 친근했던 매미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보니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가련하기 짝이 없다. 매미는 우리들에게 순수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인생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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