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제도
2014년 세법개정으로 대부분의 소득공제 항목들이 세액공제 항목으로 전환되었다. 개정된 세법은 2015년부터 시행되었으며, 상당수의 봉급생활자들이 종전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하고 원천징수 수준을 납세자가 선택하게 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꾸면 저소득자에게는 유리하고 고소득자에게는 불리하다. 한 예로 과세표준이 1,000만 원인 甲과 9,000만 원인 乙, 두 봉급생활자가 한 해 동안 100만 원의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지출했다고 가정하자. 만약 보험료가 종전처럼 소득공제 항목인 경우, 갑의 세금 혜택(소득세 절감액)은 6만 원(100만 원 ×6%)에 불과한 반면, 을의 세금 혜택은 35만 원(100만 원 ×35%)이나 된다. 과세표준이 1억 5천만 원, 5억을 초과하는 납세자들의 세금 혜택은 각각 38만 원, 40만 원으로 더 늘어난다.
보험료 지출액이 세액공제 항목인 경우, 갑과 을 두 사람의 세금 혜택은 모두 12만 원(100만 원 ×12%)으로 동일하다. 갑은 세법개정으로 세부담이 6만 원 줄어든 반면, 을은 오히려 23만 원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소득공제 항목은 과세표준 이전 단계인 소득에서 공제해 주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의 영향을 받는 반면(위의 표 참조), 세액공제는 세율을 적용하고 난 후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세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출액의 일정 비율(12%)을 동일하게 공제해 주기 때문이다.
개정된 세법에 의하면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연금계좌 납입액 등은 세액공제 항목으로 전환된 반면, 신용카드 등의 사용액은 소득공제 항목으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에 따라 특히 고소득 봉급생활자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제도를 잘 활용하면 적지 않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는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가 총급여액의 25%(이하 최저 사용금액이라 함)를 초과하는 금액을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여 지출한 경우, 일정 금액을 소득금액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지출액은 신용카드 사용금액뿐만 아니라 직불(체크) 카드, 현금영수증 지출액, 전통시장 사용분, 대중교통 이용분 등도 포함된다. 세법에 규정된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라는 명칭에서 신용카드 용어 다음에 ‘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공제율도 지출 종류별로 다르며,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 전통시장 사용분, 대중교통 이용분은 초과금액의 30%, 일반 신용카드는 15%를 소득에서 공제해 준다.
2.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이용 전략
현행 우리나라의 세법 규정을 기초로 근로소득자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활용하여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는 최저 사용금액 이상을 신용카드 등으로 지출해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1년 동안의 카드 지출액이 이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은 세금절약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미달 사용자는 최저 사용금액을 초과하여 지출한 사람 명의로 결제하도록 함으로써 초과 사용자의 세금을 보다 더 절약할 수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신용카드 등을 각각 사용하면 지출이 분산되어 두 사람 모두 최저 사용금액에 미달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지출을 한 사람에게 몰아줌으로써 절세금액을 최대화할 수 있다. 한 예로, 맞벌이 부부 혹은 그의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할 때에는 부부 중 한 사람의 카드로 계속 결제하도록 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이 떨어져 있어 각각 따로 결제해야 하는 경우에는 현금영수증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아내 카드로 결제하기로 한 경우, 남편은 현금으로 지출하고 아내의 전화번호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도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누구의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절세전략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소득 수준이 비슷하여 부부 모두 과세표준이 동일한 세율구간에 있을 경우{예를 들어 둘 다 과세표준이 8,800만 원부터 1억 5천만 원 사이여서 최고세율(한계세율)이 35%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총급여액이 한 푼이라도 낮은 사람에게 몰아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을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남편은 총급여액이 1억 1천만 원이고, 아내는 1억 원이면서, 둘 다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아내의 신용카드 등으로 지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의 직불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금액이 3천만 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아내 카드로 결제할 경우의 신용카드 소득공제액은 150만 원{(3천만 원-1억 원 ×25%) ×30%}인 반면, 전액을 남편 카드로 결제할 경우에는 소득공제액이 75만 원{(3천만 원-1억 1천만 원 ×25%) ×30%}밖에 되지 않아 아내 카드로 지출하는 것이 가계 전체의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만약 두 사람의 소득금액에 큰 차이가 나서 각자에게 적용되는 가장 높은 세율이 다른 경우에는 세금절약액 계산이 좀 더 복잡해진다. 부부 중 총급여액이 낮은 사람이 카드결제를 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액은 커지는 반면, 적용되는 최고세율이 낮아 세금절약액은 더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각자의 카드로 지출할 경우의 세금을 계산하여 비교해 보아야 한다.
둘째, 일반적인 신용카드 대신 공제율이 높은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후자는 전자보다 공제율이 2배이므로 그만큼 세금 절감 효과도 큰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도 현금 대신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교통카드 기능이 추가된 일반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그 사용액은 대중교통 이용분으로 30%의 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셋째,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 원 이하(근로소득의 경우 총급여액이 500만 원 이하)인 직계존비속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등 지출액도 소득공제 대상이므로, 이들에게 카드 사용(특히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지출)을 권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세액공제로 전환된 항목 중 보험료나 대부분의 교육비 등을 카드로 결제한 경우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으나, 의료비와 취학전 아동의 학원비, 교복구입비 등 일부 교육비는 세액공제와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두 가지를 중복하여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이들 비용을 지출할 때는 필히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한다.
다섯째,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금액이 한도(2016년 까지는 300만 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본인의 카드 등 사용액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세금 혜택을 볼 수 없으므로 다른 가족 구성원이 결제하도록 하거나, 타인의 전화번호로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음으로써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소득공제 금액의 한도는 총급여액을 알면 계산이 가능하며, 이미 파악되어 있는 작년도의 총급여액 자료로 금년도의 소득공제 한도액을 대충 계산할 수 있다. 물론 급여가 한 푼도 인상되지 않아 작년도와 금년도의 총급여액이 동일한 경우에는 소득공제 한도액도 동일하다. 총급여액이 1억 원이고 공제율이 30%인 직불카드, 현금영수증 등을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할 때, 소득공제 한도인 300만 원까지 공제받으려면 다음 방정식의 해(解)인 X값에 해당하는 금액 3,500만 원을 카드 등으로 지출하면 된다.
300만=( x - 1억 × 25%) × 30%,
x = 3,500만
3. 세금 절감액 계산 방법
납세자의 총급여액과 과세표준액을 알면 신용카드 등의 사용액에 대한 세금 절감액을 즉시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급여액이 1억 2천만 원, 과세표준이 9천만 원인 근로소득자가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아 지출한 금액이 10만 원인 경우, 이 한 건의 지출로 인한 세금 절감액을 계산해 보자. 물론 1년간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이 최저 사용금액 이상이고,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금액이 한도(300만 원)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경우의 세금절약액은 100,000 ×30% ×35%=10,500원이 된다. 10만 원을 지출하고 세금을 10,500 원 돌려받으니 10.5%로 할인된 가격으로 식사를 하는 셈이다. 과세표준이 4,600만 원부터 8,800만 원 사이인 납세자의 세금 절감액은 100,000 ×30% ×24%=7,200원이고 할인율은 7.2%로 줄어든다.
위의 두 경우 모두 소득세에 자동으로 부가되는 지방소득세(소득세의 10%)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이고,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한 최종 세금 절감액은 각각 10,500 ×1.1=11,550(혹은, 100,000 ×30% ×35% ×1.1=11,550) 원, 7,200 ×1.1=7,920(100,000 ×30% ×24% ×1.1) 원으로 늘어난다. 지방소득세를 고려한 두 납세자의 할인율도 각각 10.5%에서 11.55(혹은 10.5 ×1.1)%, 7.2%에서 7.92(7.2 ×1.1)%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상당수의 봉급생활자의 과세표준이 4,600만 원부터 8,800만 원 사이일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이들은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으로 약 8%의 할인을 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반 신용카드는 공제율이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 절감액이나 할인율이 위의 경우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직불카드와 현금영수증 등의 사용을 장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계산방법을 활용하면 봉급생활자는 누구나 자기가 사용하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세금 절감액을 즉시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4.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제도의 효과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제도는 신용카드 등의 사용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영사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세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1999년 도입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조세특례 제한법으로 한시적으로 규정되어 왔으나 적용시한을 연장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유리알 지갑을 가진 사람이라고 불리는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경감하고 소득포착률이 낮은 자영업자의 과표를 노출시킴으로써, 봉급생활자들의 조세저항을 완화함과 동시에 조세부담의 정의와 공평성을 실현하게 한다.
둘째, 정부의 입장에서는 세수를 증대시켜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한다.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제시할 순 없으나,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로 인해 줄어드는 근로소득자의 소득세보다 자영업자 등의 과표양성화로 인한 세수증대가 더 클 것으로 보이므로 재정건전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조세정책을 실행함으로써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신고납세제도의 확립에 이바지할 수 있다.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과학적인 조세제도이다. 이 제도는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참고로 할 정도라고 한다. 특히 교통카드와 조세시스템을 연계시킨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넷째, 이 제도는 결제시간 지연에 따른 소비자의 불편, 업계의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문제점 또한 발생시키고 있다.
이상과 같은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제도의 효과를 고려할 때, 이 제도의 문제점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부각된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제도는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존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한도액을 줄이는 등 세금 혜택을 축소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납세자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