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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성장통

전문가로 나아가는 길

by 지혜

면접일을 생각하면 이불 킥을 하고 싶다.





좋아하는 정장을 입었다. 그리고 활동성이 있어 보이고 싶어서 구두가 아닌, 흰색 운동화를 신고 갔다. 기분 좋게 면접 대기실에 들어섰는데 처음 보는 면접 짝꿍(님)이 사시나무 떨듯 앉아있다. 조금씩 나에게도 전염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


면접장에 들어섰다. 첫 질문에 답하는 옆 사람의 긴장하는 모습과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 감정을 알아채기 전에 가지런히 모은 다리가 호들 호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조금의 여유가 있었는지, 옆 사람의 간절함과 열정에 감탄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다른 면접자의 말은 들리지 않고, 혼자 횡설수설 이야기한 것 같다. 그렇게 면접장을 나와 면접은 잊고 친한 동기 선생님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왔다.



그날 밤 침대에 누우니, 선명하게 면접 현장이 떠올라서 이불 킥을 여러 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했다.






면접 본 다음 날, 1급 과정의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창업 강의가 있었다. 경영과 컨설팅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표님을 어제는 면접관으로 오늘은 창업자로 만나게 되었다.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말은 정리를 내 만족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고객에 맞게 해야 한다.



[고객 맞춤]이 고객 만족이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내 만족에 정리를 하는 것
-> 그건 내 집에서 혼자 해라.

이 업은 정리한 후에 고객이 행복한 모습을 보려고 하는 일.

창업은 '고객 맞춤'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정리 능력이 평균 이상을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완벽함에 집착할 수 있다. 또한 효율성,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동그래미 별표.



그리고 얼마 뒤, 수료식이 있었고 대표님과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책을 들고 가서 사인을 받았다.



대표님이 써주신 사인북에는


'가녀리지만 강한 당신을 응원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우왓. 나의 '내면'을 알아봐 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컨설팅 직으로 채용이 되었고 '팀'이 생겼다. 현장 팀장님과 10명이 조금 넘는 현장 선생님들이 한 팀이었다.



나는 고객 집을 미리 방문해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각 방의 역할을 어떻게 할지 정했다. 모든 답은 고객에게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해서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때 고객과 라포가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현장 날에는 고객이 물건을 비울수 있도록 주도했다.



그렇게 현장 경험을 쌓아가면서 익숙해져야 하는데, 점점 내 위치와 일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져만 갔다. 마침 대표님 차를 탈 일이 생겨서 여쭤보았다.


대표님은 나의 고민에 답을 주셨다.


그런 부담감과 두려움이 커지는 이유는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 말에서 놀랐다. 대표님도 여전히 그런 부담감을 갖고 계시다고 했다. 하지만 항상 잘 끝내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아니신 듯했다.



전문가의 경험과 그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성공이 거듭될수록 자신감도 생기지만 부담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잘 해내려고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겠지. 그러한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 것 같다. 대표님의 공감과 심플한 해답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나는 이런 부담감을 잃어버리는 전문가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계속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아마추어의 성장통을 온전히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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