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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Jul 28. 2022

INFP 인프피 프로퇴사러 종지부

우리는 서로의 역사다


유병재가 MBTI 한국어 개정안 만들었다.


첫 번째,
E는 깝치는
I는 소심한

두 번째는
S는 현실적
N은 뜬구름

세 번째,
F는 감성적
T는 이성적

네 번째,
P는 즉흥적
J는 계획적


유병재도 나도



소뜬감즉
INFP



소심하고

뜬구름 잡고

감성적이며

즉흥적이다.


유튜브 유병재 채널



몇몇 회사에서 인프피(+ 다른 유형 더 있음)는 채용 지원을 거부한다는 문구가 쓰여있어서 한창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너무 황당하기도 했지만 퇴사를 몇 번 한 인프피로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반대로 동전의 뒷면도 보게 됐다. 이러한 회사들은



"우리는 16가지로 인재를 구분합니다.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졌습니다."



라고 광고를 하는 것 같아 오히려 인프피들에게도 자신과 맞지 않는 회사에 지원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닐까.



나는 네모난 조직체계를 답답해하고 자유로운 방식을 선호하는 한편,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MBTI의 각 부분이 중간 정도의 퍼센티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프피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내 성향과 꼭 들어맞는다.



MBTI로 편견을 갖고 싶지는 않다.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은 바람에서 좋아한다. MBTI 창시자가 인프피인 만큼 인프피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내면의 세계와 평화를 사랑하는 인프피 (INFP)









퇴사하겠습니다.

그날의 날씨는 내 마음과 같이 우중충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편의점에서 오천 원을 주고 산 우산은 내내 짐이 되었다.



컨설팅이 길어져 점심을 걸렀기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팠다. 그런데 사무실에 먼저 들러야 했다.



늦은 점심시간, 사무실에서 나와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배가 고프면 아무거라도 먹을 텐데 그날따라 좋아하지만 평소에 잘 못 먹었던 '라자냐'가 먹고 싶었다.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다행히도 브레이크 타임 10분 전이었지만 받아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배불리 먹고 카페로 옮겼다.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동료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와는 반대 성향인 동료는 다른 팀의 같은 직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경쟁구도로 만들려고 한다. 그때의 동료와의 나눈 대화로 앞으로의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고, 그 자리에서 퇴사를 결심했다.



‘경쟁’은 계속 우려됐던 일이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누구보다도 성취욕이 높은 사람인데, 경쟁은 나의 의욕을 갉아먹는 행위이다. 예전에 상사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회사 체계가 잡혀가며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회사에 지원할까 말까 고심했던 문제들이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말 모두가 행복한 회사는 없는 것일까?'



회사란 원래 이런 조직이고, 나란 사람은 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여전하다. 변치 않는다…






나도 놀라울 만큼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배부르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에 대한 타이밍에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마음은 이미 피폐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때 함께 공부했었던 자영업자 선생님은 당시의 내 모습을 보고는 유리 같았다고 했다. 말은 괜찮다고 하는데 톡 하면 깨질 것 같아서 쉽사리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 나를 돌보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웹툰






나는 인복이 많은 편이다. 우리 현장 팀원들은 밝고 능력 있는 분들이라서 컨설팅 직을 맡은 나에게는 늘 '자랑'이었다. 좋은 게 있으면 마구 알리고 싶어 하는 성향으로 일도 잘 맞았다.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팀장님의 어록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역사다.



이 말을 듣고, 우리 모두가 감탄했던 일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렇게 한 챕터의 역사로 남겨졌다.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일도 좋겠지만

일단 나의 몸과 마음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값진 배움과 경험이었고

크나큰 감사이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Love myself.



이로써 프로퇴사러의 역사도 끝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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