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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던 똥이 사라졌어요

고객이 찾는 물건

by 지혜



정리가 다 끝나고 늦은 밤, 단체톡 알람이 울린다. 보통은 고객이 못찾는 물건이 있어서 어딨는지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럼 우리 현장 선생님들은 에프터 사진에 정확히 체크해서 어딨는지 바로 알려주신다. 이때 나는 선생님들의 프로페셔널함에 희열을 느낀다.



정리가 다 끝난후에 영역 담당자들이 브리핑을 하긴 하지만, 피곤한 고객들은 집중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리를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 놓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조금만 생각을 한다면 어딨는지 알수가 있다. 그게 바로 정리를 잘해 놓은 증표다.



우리 팀은 물건을 찾는 건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고객을 담당하는 나는 현장 선생님들의 능력에 감사했다.






그런데 내가 학생으로 실습을 할 당시에 아주 황당한 물건 소동이 벌어졌었다.



전세계의 피규어들의 총 집합체인 집이었다. 하나하나 가치가 있는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팔이 가느다란 사람 모형은 아주 조심히 다뤄야했고 유리로 된 물건들, 리미티드 제품이라는 말에 더 무서웠던 날로 기억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작업이 끝난 그 날 밤, 카톡 단체창이 시끄럽다. 아앗… 무슨 일이람ㅠㅠ



그 집에서는 특히나 더 일이 생기면 안되는데…!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카톡창을 열어보았다.



‘오잉’ 잘못 본건가 했다. 무얼 찾는다구요???






ㄸ ㅗ… 또…ㅇ????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세네번은 다시 읽었다. 다들 황당한 메세지에 물음표가 채팅창에 가득하다. 알고 보니, 똥 모양의 모형을 말하는 것이었다.




맙소사.



심각하게 보고 있던 나는, 잃어버렸다는 제품 사진을 보자마자 박장대소를 했다. 처음 보는 작품이었다.



와, 이 사진 하나로 오늘 피곤이 싹 사라진다.

똥도 찾아다고 하니! + 안도감과 함께




<참고 사진>

출처 : 인스타 @whatsisname



'사진보다 훨씬 작았던 똥... 위 크기였으면 쉽게 찾았을 것 같다'





출처 : 인스타 @whatsisname




나는 이후로, 이 벌룬독 (balloon dog) 제품을 시계의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두었었다. 똥과 함께라면 힘든 일도 웃고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다른 선생님들은 힘들었던 날이라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이 똥 사건으로 너무나 유쾌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오브제가 너무 마음에 든다. 나중에 내 집을 갖게 되면 모셔두고 싶은 벌룬 독. 그리고 꼭 똥과 함께.



똥 좋아할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이 유쾌한 예술 작품은 내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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