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しゃべりな部屋
양쪽으로 여는 장이 네 짝이나 되는 넓은 신발장 앞,
나는 여백이 안 보이는 신발장을 열며 고객을 향해 뒤돌아 묻는다.
비우실 거 있으세요?
아니요! 신발은 없어요!
단호하다.
그런데 내 눈에는 생명이 붙어있지 않은,
숨 죽어있는 신발들이 눈에 띈다.
이건요?
버릴 것 없다고 말한 좀 전의 말보다도
더 빠른 답변을 받는다.
아! 그거! 비울게요!
처음부터 내 물건이 아니었다는 듯,
혹은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하는 듯한 말투이다.
오른쪽 다른 신발장을 열 때마다 듣는 말은
“비울 거 없어요~”
나는 그중에 신발들을 골라, 고객에게 꺼내 보이면 10개 중 일곱여덟 개는 모두 비울 물건들이었다.
나는 그걸 용케도 찾아낸다.
“이건요?”
“비울게요!”
를 반복하며,
우리는 큰 비닐 세 봉지를 가득 채웠다.
정리 대행 컨설턴트로 일하던
단순히 ‘비우기’에만 집중하던 때이다.
맥시멀리스트인 한 유명 연예인과의 정리 일화지만,
양이 더 적을 뿐이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이 버릴 것 없다고 단정 짓는다.
그런데 내 눈에는 왜 생명을 다한 물건들이 보이는 걸까?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비울 물건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이렇게 물건들의 생명을 느끼듯이,
일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소설책, 주인공에게는
더욱더 신기한 능력이 있다.
물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애니 영화인
<너의 이름은>의 작가, 가와무라 겐키와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줄여서, 곤마리)가 쓴 일본 소설책이다.
책 제목은 <수다스러운 방> 이란 뜻으로, 올해 3월에 출간되었다. 한국어판은 아직 없다
곤마리에게 정리를 의뢰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와무라 겐키 작가가 7가지의 정리 이야기로 담았다.
책이 나오기 전, 곤마리에게 소설가가 제안해 소설책을 낼 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느 아무개의 소설가가 곤마리의 어깨의 올라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은 은퇴 후에 소설을 쓰고 싶은 나의 질투심이 한몫했다.)
몇 달 전에 책을 재밌게 읽고도 어떤 작가인지 몰랐는데, 얼마 전 일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한 영화 <너의 이름은>의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차남> <고백>…
심지어 내가 애정하는 봉준호 감독과 친하다고 한다.
2017년, 5년 전 겨울
딱 이 시기에 <너의 이름은> 전시회가 강남에서 열려서 재밌게 즐겼었는데,
작가분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나.
가와무라 겐키 작가님,
여기 팬 한 명 추가되었습니다.
일본 책은 크기가 작은 편이라 손에 딱 들어오고 무게도 가벼워서 참 좋다.
귀여운 일러스트 디자인과 거친 느낌의 표지 질감도 취향 저격이다.
표지부터 설렌다!
귀여운 일러스트도 덤으로 눈이 즐겁다.
주인공 미코라는 정리 전문가가 있다.
그녀에게 의뢰한 사람들과 물건에 대한 이야기 형식이다.
옷을 버리지 못하는 주부
책을 버리지 못하는 신문기자
뭐든지 쟁여놓는 부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한 소녀
죽음의 문턱에서 정리를 결심한 할머니...
그들의 집에 있는 물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인공이다.
집주인과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 물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알게 된 의뢰인의 이야기들을 공감하며 정리를 해 나간다.
정리를 통해 알아차림
우리가 어디에 집착하는지, 그것을 소유하는 물건에 투영하며 살아온 것을 깨닫는다.
무엇을 놓치고 사는지, 물건 그리고 관계의 소중한 것들을 깨닫는다.
자신을 모르며 살다가 정리를 하며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우리가 죽음 앞에서 물건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할머니에게 가장 소중했던 물건들을 떠나보내는 내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의뢰인과 과거를 공유하고
지극히도 개인적인 공간을 엿보며,
그들의 변화되는 밝은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다는 것.
한 사람의 인생을 배우는 값진 일이다.
단순히 물건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