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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가 정리 전문가가 되다

내게 설레는 일

by 지혜


#게으름뱅이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언니와 나는 부모님께



방 정리 좀 해!!


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컸고, 엄마가 거의 방청소를 해 주셨다.



둘째 딸로, 가족들의 옷과 소품들을 즐겨 사용했다. 그렇게 집에 가족들의 물건들을 다 내 것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정작 내가 소유한 물건들은 많이 없었다.



그러던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생활 짐들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짐이 많았던 시기는 인도네시아에서 회사 기숙사 생활을 했던 때였는데, 옷 세탁이며 방청소를 해주는 현지인 도우미가 있었다. 참 다행이었다.



그러다 귀국하기 전에 가까운 호주를 3개월간 여행을 했다. 생활짐들을 거의 다 챙겼다.



여행을 위해 6번의 크고 작은 비행기를 타며, 전기장판부터 스탠드 등의 생활 짐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여행을 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행을 하기 직전에 호주 섬에 사는 예쁜 소녀에게 어울린 만한 옷들을 주며, 마지막에서야 짐이 가뿐해짐을 느꼈다. 여행을 끝내며 해방감을 맛봤다.




이렇게 보부상 같던 내가
어떻게 정리 전문가가 되었나?




#정리 전문가가 되기까지



한국에 들어와서는 임신 중에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언니와 평일친구가 되었다. 어릴 때 붙어서 같이 놀던 때가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그런 날들을 또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언니에게 유산소식이 들려왔다. 위로를 할 줄 몰랐던 나는 언니의 집을 보다가



'지금 집 상태가 언니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놀러 왔을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어지럽혀진 공간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물건들이 있고 옷들은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다.



이를 계기로 공간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간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공간 심리와 정리 교육을 받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교육을 받고 바로 컨설턴트 일을 하게 됐다.



방문 상담을 가면 고객들이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위로를 못하던 내가 공간을 통해 그들을 위로하게 되었다.



정리 컨설턴트였지만, 낯 부끄러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따님이 정리대행을 신청한 집에서 어머님이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아유, 딸이 이렇게 깔끔하니, 어머니가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당시에 어머니를 돌아보며,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컨설턴트 일을 그만둔 날 깨달은 것인데,

사실은 내 방의 상태도 어지럽혀져 있었다.



'아, 내 마음이 정말 복잡했구나. 여유가 없었구나.'



토닥토닥.

셀프 위로를 했다.



이렇게 나는 내 마음을 살피게 되었다.






정리 대행일로 남의 집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게 하는 컨설팅 일이 보람도 있었지만, 반대로 갈증도 컸다.



공간이 생기지만 또 물건들이 쌓여간다는 고객들...




왜 정리를 하는 것일까?


나는 정리에 대한 본질에 대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스스로 정리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물건 정리를 '설렘'으로 선택하는 정리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Spark Joy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 정리법이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이다.







우리나라 타이틀만 '버려라'이다. 사실은 '설레는 것만 남겨라'라는 정리법이다.



이것을 곤마리 정리법이라고 부른다. (곤마리 : 곤도 마리에의 줄임말)



설렘으로 물건을 선택해서 정리했을 때와 일반 정리법은 뭐가 다를까?



곤마리 정리를 시작할 때, 버릴 물건이 없다고 생각했다. 놀라운 건 비울 옷들이 꽤 있었고 그건 모두 다 언니한테 받은 옷들이었다.



그전에는 물건을 깔끔하게 수납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설레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내 공간이 더 좋고 내 취향을 아니까 나를 더 잘 알게 됐다.



'설렘' 포인트를 안다는 건, 인생을 살면서 의사결정, 선택을 할 때도 유용하다.



MBTI처럼 나를 더 잘 알게 되니, 나다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더 생겼다.



무엇보다도 내가 소유한 물건들이 통제가 되니까 그 안에서 자유를 느낀다는 것이다.






정리대행의 컨설턴트로서 입만 떠들던 게으름뱅이가, 정리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고는 나를 더 사랑할 시간과 설렘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이지만

내 공간에 설레는 물건만 있으니, 어지럽혀져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정리를 통해 내 환경이 통제가 되니, 자유를 얻었고

정리 전문가로서 설레는 일을 선택했다.



설.렌.당.



정리의 지혜



#나의 옷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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