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고집일까.
난 건조기를 쓰지 않는다. 다른 집들은 필수 아이템으로 구비해 놓는 건조기를 난 일부러 쓰지 않는다. 부러운 기능 하나는 있다. 먼지털이. 사실 밖에서 옷과 이불을 털기란 작은 체구에 버거운 일이다. 요즘 건조기에는 먼지떨이 기능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만 있으면 좋겠다.
햇살이 반짝이는 날이 아닌 이상 젖은 빨래는 잘 마르지 않는다. 식구도 많아서 거실 반을 차지하도록 안에다 들여놓으면 소파 반은 사람이 앉지 못한다. 빨래에 내어준 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건조기는 왜 싫을까. 그 편한 아이템을 왜 거부하냐고 친정엄마는 의아해한다.
결혼할 때, 내 혼수 목록에는 김치냉장고가 없었다.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결혼 10년이 지나고서야 동생이 김치냉장고를 보내줬고 그때 사실 귀찮아했다. 안에 채워야 할 것들은 다 돈이기 때문이다. 집안 살림이 넉넉했다면 상관없었을까?
건조기 없는 겨울은 부지런히 빨래를 돌린다고 해서 옷이 넉넉하게 준비되는 건 아니었다. 마르기를 기다리고, 이불 빨래는 엄두도 안 나서 사람이 없는 날에 마음먹고 식탁의자와 소파 위에 걸쳐 말려야 했다. 그런데도 난 건조기를 사지 않는다.
아날로그적인 생활을 추구한다.
건조기를 사지 않는다.
식기세척기 또한 거절한다.
김치냉장고는 귀찮아하며 받아 들었다.
학원을 보내기보다 같이 공부하자고 들러붙는다.
그러나 같이 놀아주진 못한다.
밥솥에 밥을 쟁여두지 않는다.
또한 마른반찬도 잘 해놓지 않는다.
대신 매 끼니마다 요리 하나를 해 먹는다.
냉동실이 텅텅 비는 날까지 장을 보지 않는다.
냉장실엔 늘 필수템으로 세팅되어있는 야채들이 가득하다.
작아져버린 신발이나 해진 옷, 안 입는 옷, 안 입을 것 같은 옷들은...
... 잘 버린다.
건조기 문제가 아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