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일기 #1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by Cruel Ella

출근길.


이르지 않은 시간이라 보통 버스정류장에는 중고등학생들과 같이 대기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생활복이라든지 체육복은 등교복으로 입지 않았었는데, 요즘 애들은 특정 학교를 알아볼 수 없게 교복을 입는다.


'상식적으로 운동화 신어야 하는 거 아닌가? 슬리퍼는 뭐야?'


슬리퍼를 질질 끌고 학교를 가다니. 요즘 교문에는 자유함이 만개를 하는 듯하다. 정식 교복 없이 생활복과 체육복을 섞어 입으니 사복인지 교복인지 일반인은 구분하기 힘들다. 그리고 가방은 왜 이리 큰 거야? 온라인 수업도 있어서 교과서를 챙겨 다닌다더니, 아이들의 키 성장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저 무게는 버스에서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1인분 자리를 가방이 차지할 정도니까. 그 옆으로는 비껴가고 싶어도 무기 같은 무게에 치여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물론 제일 힘든건 학생들일테지.


'여자애들 화장은 그렇다 쳐도, 남자애들 머리는 좀 감아야 하지 않나?'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아이들이 늘었다. 마스크 때문인 건가? 얼굴에 뭐 해달란 얘기는 아니지만 머리만이라도 좀 정갈하게 신경 쓰고 나와줬으면 하는 엄마 마음이 든다. 여자아이들은 마스크 때문에 화장을 눈에 몰빵 했다. 진한 아이라인을 쭉 빼고 마스카라와 쉐도우가 덧칠해졌는데 그 기술이 가히 초보가 아니다. 그러나 눈썹 그리는 것은 모양 자라도 대고 그리는 건지 하나같이 똑같은데 마치 바나나 젤리 같다. 머리카락 색과 어울리지도 않는 붉은색 계열이거나 아예 검은색이니 눈썹이 따로 논다. 동동 떠다니는 것 같은 저거!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기만 하다. 눈 화장은 프로, 눈썹 화장은 입문? 뭐 이건 같은 사람이 화장하는 거 맞냐고~


'얘야~ 치마는 똥꼬만 가리는 천 쪼가리가 아니란다~'


가끔 그런 여학생들을 본다. 지금 버스정류장에는 없지만 하굣길에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한두 명은 치마가 똥꼬 가리개인 줄 안다. 물론 늘씬한 다리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디자인이라는 걸 나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서 한 뼘밖에 되지 않은 길이감은 다른 사람의 불쾌지수를 높인다. 그것도 출근길 오전에.


'오늘 젊은 아저씨는 안 나왔네?'


신혼일까. 두꺼운 결혼반지를 끼고 세미 양복을 차려입은 채 백팩을 메고 버스에 오르던 젊은 아저씨. 보통 같은 시간대에 같은 버스를 탔었는데.


그리고 나보다 연배 있어 보이는 은행 직원 분위기의 아줌마. 단아하게 차려입은 옷 가짐에 정갈함이 묻어있다. 단발머리인데도 뻗침 없이 내려 빗고, 은은한 갈색으로 염색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30대 아가씨. 이 아가씨는 얼굴에 생기가 없다. 겨우 취직을 한 것인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에 찌들어 사는 탓인지 표정이 없다. 그래서 남인데도 가끔 마음이 쓰인다. 너무 마른 체형도 한몫하는 듯하다.


병원을 가는 듯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야무지게 버스를 타시는 할아버지. 그분은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은 화창한 날씨에도 접이식 우산을 들고 다니신다. 이유가 있겠지. 열심히 챙기시는 저 우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오늘도 쓸데없는 관찰력으로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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