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나요 #19

The End.

by Cruel Ella

아침 햇살이 뭉개 뭉개 침실로 스며든다. 새하얀 커튼을 걷어내고 봄 햇살 그대로를 온몸으로 받는다. 전해오는 온기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금 여긴 아파트 19층이다.


고고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다가와 몸을 비비댄다. 애교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이인데 아침 인사는 꼬박 챙겨하는 편이다. 특별히 예뻐해주지 않아도 잘 지내는 걸 보니 지윤이의 성격과 닮은 구석이 있다. 주방으로 들어간다. 볶아 놓은 커피콩을 갈고 뜨거운 물을 내린다. 은은한 커피 향이 거실 가득 채워진다. 곧 일어날 지윤이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 그녀는 커피 향을 좋아한다.


체중이 7kg 정도 늘었다. 20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기 좋게 변해간다. 오늘 같은 주말엔 지윤이와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한다. 점점 건강을 회복해 가고 일상에 안정이 찾아들었다. 내가 꿈꾸던 그 평범함이 어렵게 시작됐다. 어렵게 얻은 이런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난 성실히 살아야 한다. 날 구한 지윤이를 위해서라도.


커피 한 잔을 챙겨 안방으로 들어선다. 눈부시게 밝은 침대 위에 찡그리며 누워있는 그녀를 본다. 잠에서 덜 깬 듯 이불을 돌돌 말아 웅크리고 누워있다. 내가 깨우기를 기다린 걸까. 순간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작은 일에 행복을 느낀다.


그녀 옆에 걸터앉는다.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핑크빛 도톰한 입술에서 멈춘다. 나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그 입술에 충실하기 위해 난 그녀 위로 몸을 포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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