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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Sep 25. 2019

프로필 사진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


나는 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꾼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도 자주 찾아본다.
타인들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러다 보면 1년 넘게 카카오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지겹지도 않나 보다.
사진 속 장소, 사진 속 표정, 의미심장한 프로필 문구를 보며 그들의 상태를 내 멋대로 업데이트를 한다.
누군가는 여행을 다녀왔고, 누구는 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고, 맛있겠다, 친하지 않은 누구는 결혼을 하나보다. 아직 우린 어린데.

기분이 좋지 않거나 큰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프로필 사진을 내린다. 상태명도, 배경 사진도. 어느 순간 나만의 법칙이 되어 사진이 사라지면 친한 친구들에게 걱정의 메신저가 온다.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아무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나 슬퍼', '나 힘들어'보다 강력하다. 진짜 그럴 때도 있고 그렇게 보이고 싶은 날이면 나는 사진을 내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불쌍하기도 한 나만의 프로필 사진 소통방식.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 또는 멋있는 장소와 함께 찍은 사진. 우리 모두는 아주아주 짧은 순간의 내 모습을 나를 대표하는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걸까,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자기만족인 걸까. 자기만족을 하려면 그냥 저장해놓지 왜 굳이 남들에게 보이는 사진으로 하는 것일까.

아주 멀어진, 번호만 가지고 있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런 관계들도 프로필 사진을 볼 수 있다. 헤어진 친구도, 헤어진 연인도, 헤어진 모든 관계들도 공식적으로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프로필 사진'이라는 매개체. 그 모습, 배경, 상태 메시지에서 그 사람의 일상을 추측해본다. 행복할까? 행복을 프로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의 카카오톡 친구 중에서 내가 그 누구보다도 프로필 사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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