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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Sep 26. 2019

위로

괜찮다고 말해주기엔 내 마음이 어려워서

친구에게 받은 사랑스러운 위로 선물

내 집, 아니 원룸이니까 방이라고 하자. 내 방에 세를 세 달 째 살고 있는 친한 동생이 있다. 부산에서 올라와서 3개월 전환형 인턴을 진행 중이었는데 오늘 여섯 시 넘은 늦은 시각, 떨어졌다고 했다.
 
이럴 때마다 내 고질병이 돈다. 무엇의 말이 어떤 표현이 상처를 주지 않을지 몰라 내 손가락은 머뭇거린다. 나는 남을 위로해주는 데 참 서툴다.
 
‘더 좋은 곳을 가라는 뜻이야.’
‘로또 되려고 하나보다, 로또 사자.’
‘괜찮아.’
 
친구들이 먼저 말해준다.
나도 한 자 적어본다. 고생했어, 떨어진다는 건 별 거 아니야. 음 이건 아닌데.. 사실 거기 좋은 회사 아닌 거 같았어. 떨어졌다고 비난하는 것도 그렇네.
 
‘오늘 내 일정 끝나고 집 가면 맥주 한 잔 할래?’
 
어려운 마음으로 보낸 위로에 그 동생은 회사에서 한 잔 하러 간다고 그랬다. 아무렇지 않게 오키, 대답을 하고 폰을 넣었다.
 
우리네는 참 서글픈 삶을 산다. 어제까지 전환되면 어느 집을 살아야 할지 알아보고, 어떤 월급 통장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하나의 시련을 쥐어 주었다.
굳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살 곳이 애매해 우리 집에 얹혀살게 된 친구에게, 더 다른 기회를 주었다. 사실 그 회사의 결정이 친구의 앞날에 더 큰 가능성을 심어준 거지만 지금 얼마나 슬프고 괴로울지 충분히 잘 알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가끔 언니 같이 운동 다니자, 다음에 이거 같이 하자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나 아른거린다.
 
이런 오늘,
또 어떤 친한 동생은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마찬가지로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대입구역에서 아주 폐쇄적이고 고립해서 몰입하던 친구였는데, 2년 정도만에 성공했고 그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다. 이제 자신은 백수가 아니라는 사실에 너무 기쁘다고 행복의 술, 행술을 마시자고 말했다.
 
누군가는 행복한 술을
누군가는 조금 슬픈 술을 마시는 밤이 되겠지만,
나 또한 탈락과 합격의 감정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그 모든 과정 다 괜찮은 거라고 조금 서툴게 말해본다. 언젠가 그 순간들이 지나고 그때를 회상하면 끄덕일 수 있다고 덧붙여본다.
 
근데 괜찮아 진짜,
그리고 응원해 항상.


강아지 인형으로 내 자신을 위로했던 게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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