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흉터 그 사이에서
감히 인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허무맹랑한 용기는 있지만, 한 커플을 축복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이다. 지금 내 삶에 단 한 점의 영향도 미치지 않음에도 그 커플이 아직도 행복하게 잘 지낸다는 사실은 당장이라도 좁고 낮은 추운 공간에 갇히는 기분이 든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라는 말에 적극 찬성하면서도, 사실은 저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행복하든 말든, 고통 속에서 살고 있든, 정말이지 하나도 알고 싶지 않지만 머릿속으로 두 인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절망을 메워줄 수 없다. 이런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은 게 아닌데, 본래 나누려던 이야기와 문장들이 너무 하찮게 느껴질 만큼 그들의 행복이 미워진다. 신기하다. 수년이 지난 시간을 넘어서는 고통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게. 또,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아픔을 주는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상처와 고통은 어떠한 병원에서도, 어떠한 보험으로도, 어떠한 도구로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그냥 낙서 위에 지우지 못해서 덮어버리는 또 다른 펜 자국처럼 남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는 수밖에. 아무 의미도 없는 낙서일 뿐이야. 그 낙서가 나를 할퀴고 있는지 잘 알면서도 치유될 수 없음을 알기에, 떨어지고 있는 핏방울을 보면서도 생각해야지. 이건 그냥 낙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