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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Nov 08. 2020

사랑하다=알다 vs 믿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몇 년 만에 다시 읽고

 책이 사랑에 대해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독후감은 개인적으로 사랑을 배웠던 혹은  개념에 가까이 갔던 에피소드들로 구성해 보았다.

#1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우리 사귀자, 하고  주는 지났을까? 만나고 대화하고 밥을 먹고 즐거웠던  같다. 그러던 어느  지하철역에서  친구 먼저 내려야  때가 있었다. 내리면서 나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는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목구멍으로 '나도 사랑해' 나오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닫혔을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내가  이러지라고 되묻고는 했다. 결국 나는  친구와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고, 지금 생각해도  친구를 사랑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 무엇인지  발자국 정도 느끼게 되었다.


#2
소개팅이라는 것이 아직 어색하기만 했던 시기에 두어  많은 사람을 만났다. 1차로 간단하게 음식과 술을 마셨고, 2차로 포차 같은 분위기의 술집을 갔다. 즐거웠고,   통하는  같았다. 2차에서 한창 술을 마시며 웃고 있던 찰나 ', 지금  앞에 ㅇㅇㅇ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ㅇㅇㅇ는 굳이 따지면 당시 썸을 타고 있던 친한 동생이었고, 나는  통하고 매우 친한 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로 소개팅 상대가 하는 말은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냥, 그에게 연락했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었다. 사랑하고 있었던 거였다.


#3
누구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이별을 말했다. 헤어진다는 현실보다 그동안의  시간과 그동안의 '' 부정되는  같았다. 내가 알던 것은 그저 내가 만들어낸  사람일 뿐이지,  사람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아팠다. 내가 사랑하고 있던 사람과  사람이 다른 인물임을 깨달았고, 내가 사랑하는 방식과 깊이에 대해 고민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 ' 우리는 헤어졌는지' ' 나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지' ' 나는 너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끝은 항상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귀결되었다. 내가 원했던 , 바랐던 , 착각하고 넘어갔던 일들, 나와 그의 차이.. 사랑이라는  끝이 나면 남는 것은 ''이고, 알게 되는 것도 ''였다.


작가는 주인공 입을 빌려,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알고 있는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 아닌가. 알기 위해서는 수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답은 대체 누가 말해주는 것인가? 알면 알수록 알고 있는지  수가 없는 사랑에 대해서 알아갈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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