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깃글 Nov 04. 2020

다이어트에 한창이던 한여름에

-다이어트 일지 :
 
처음  다이어트라는 거창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음식과 술로 찌워온 묵은 살들을 빼는 것이었다.
살이란 무엇인가? 뼈와 근육, 장기와 피를 제외한 지방 덩어리를 살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붓기라는 것도 있다. 짜게 먹어서 몸에서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 그대로 두면 다시 살이 된다. 막연하게  먹고 건강하게 먹고   먹고 운동 시작하면 빠지리라 생각했다.  생각은 틀리지 않았지만 틀린 것과 맞는 것의 괴리를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다. 음식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사회적 욕구,  어울림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고칼로리와 , 다이어트라는  안에서 갇히는 나의 이미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몸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몸에 들어가는 영양소를  많이 줄여야 했다.
 
. 모델 한혜진이 세상에 정직하게 마음대로 조절하고 관리할  있는  자신의 몸뿐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흘려 운동하고, 건강하게 적게 먹으면 체중계  숫자와 거울   모습이 변화한다. 정말이지 몸은 정직하더라.
핏줄의 움직임, 근육의 성장,  마디마디의 부딪힘, 머리카락  올의 거슬림, 발톱의 성장..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드는 것을  몸으로 이해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가장 합리적인 소우주로 부르고 싶다.  몸의 미세한 변화나 반응은 나만이 온전히 느낄  있다.
 
굳이 따지면 작년 3월부터 시작한 다이어트였기 때문에  몸은 하나의 장기 실험 대상이 되었다. 뼈도 근육도 호르몬도  모르는 나는  몸을 통해 배우기 시작했다. 음식과 체중계 숫자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음식은 , 가격, 양만큼 함유한 영양소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심장이 140 bpm 넘어 빠르게 뛰어 숨이 차는 운동이 20 이상 진행되면 곧바로 무게가 빠진다는 사실도..
최고 무게에서 현재까지 15 kg라는 숫자의 감량을   . 근육은 늘거나 비슷하고, 지방만 빠졌다. 지방은  체형에 맞게 얼굴과 가슴에서 먼저 이별을 고했고, 엉덩이와 다리에서는  집착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먼저 빠지는 살의 순서, 생기는 근육의 부위와 모양도 달랐다.
작년 호르몬만큼은 규칙성을 잃지 않았지만 최근,  강도 높아진 운동과 식단 관리에 호르몬도 혼란의 시기가 찾아왔다. 여성의 몸은 지방이 급격히 빠지거나 찌면 호르몬 균형을 잃게 된다더니.. 신기했다. 빠져가는 무게만큼 5kg, 10kg 점점 늘어가는 바벨 플레이트를 보며  근육도 성장하나 보다.
 
서른.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청춘의 숫자.  고개를 넘어가기  다이어트라는 것을 진짜로 하면서 알았다. 건강을 유지하고 쌓기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다이어트는 끝나더라도 몸을 통해 배운 건강한 삶에 대한  가치관은 계속 지켜내고 싶다.
 

2020.08.02

참 열심히 먹은 닭가슴살 토마토 단호박 양배추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