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190930 에 쓴 글
어쩌다 보니 나의 서울 첫 집은 일명 '강남'에 잡게 되었다.
이사를 한 번 했지만 같은 층에서 옮겼기 때문에 여전히 '강남'에 살고 있다.
불행하게도 회사는 전부 강북이었다.
첫 직장은 서울역, 두 번째 직장은 덕수궁 돌담길, 세 번째는 시청과 광화문 사이.
차로는 15분 20분 걸리는데 뚜벅이인 나에게 대중교통을 타면 40분 50분이 걸리는 조금은 슬픈 위치.
'어디 사세요?'
한국에서 누군가를 알게 되고 묻는 질문 중 다섯 번째 안에 든다.
'7호선 논현역입니다'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비싼 동네 사시네요.' '와, 강남?'
처음에는 그렇게 높게 살 동네인지 의아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전세 원룸을 구했고, 역세권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
걸어서 갈 수 있는 영화관이 네 곳이고,
강남역에서 약속을 잡으면 집에 걸어가도 되고,
심야버스인 N버스가 논현을 많이 지나고,
인천공항을 가는 버스가 새벽 4시에도 다니고,
고속버스터미널과 수서역이 가깝고,
스타벅스가 10분 거리에 최소 6개 있는 곳이라는 걸
그곳이 내가 있는 집이라는 걸
3년 살면서 몸소 알게 되었다.
더 넓고 더 쾌적한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열망은 있지만
편의시설과 비교적 안전한 치안, 그리고 '강남'에 산다는 약간의 자부심으로 여기 붙어있다.
'나는 아마 앞으로 다시는 강남에서 살 수 없을 거야.'
한남대교나 반포대교를 건널 때마다 그 강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늘도 강남역에 약속을 잡고, 강남대로를 옆에 끼고 걸으며, 강남을 느껴보았다.
자주 지나가는 전동 킥보드, 성형수술을 방금 마친 듯 마스크를 쓴 사람들,
그렇구나. 여기가 강남이구나.
내가 사는 곳이구나.
오늘따라 강남을 '낯설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