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네 강아지가 우리집에 이박삼일 머물다 갔다
210516
여우같기도 한 세모난 뾰족한 귀를 쳐다보았다. 뒤통수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늘 그렇듯 안타까움, 애처로움, 너의 진짜 마음을 조금만 더 알고 싶은 간절함뿐. 아프면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만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행복에 다다를 수 있는지 방향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는 존재였다면. 갑자기 선택되어 태어나 갑자기 사랑받는 것을 당하면서도 행복하다는듯이 반겨주는 너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산책을 많이 못 나가서 마킹하나 제대로 못하는 너는 또 착하게 짖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가면 가자는대로, 멈추면 그러자는대로 말도 참 잘 듣지. 너를 집에 데려다줘야하는 날 비가 너무나도 쏟아져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는데, 혹시라도 멀미를 할까봐 문도 열어줬다가 자세도 여러번 바꾸었다가 가는 길 내내 너만 바라봤어. 너만 내내 들었어. 숨소리 하나에도 내 심장이 더 오르락 내리락, 조마조마했다가 내 빨라진 호흡에 너가 같이 불안해질까봐 나는 침착해야지 다짐하고. 생명에 크고작음이 어디 있을까 너를 떠올리며 걱정하는 이 글을 쓰면서 마냥 슬프기만한데 앞으로의 너의 온 생이 어떻게 펼쳐질까. 아프지 않았으면, 다치지 않았으면, 외롭지 않았으면 그렇지만 그 모든 위험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그 무기력함으로 다시 미안하기만할 뿐이야. 웅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에게 주어진 그 모든 삶의 시간이 행복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어.
소중한만큼 너의 일분일초도 눈 깜빡임 하나하나도 안타까운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