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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Nov 16. 2021

그곳에 내가 있었다1

책 김연수 <언젠가, 아마도>를 읽고

무조건 포르투갈 아니면 캐나다여야만 해.

6개월의 인턴이 끝나고, 전환이 되지 않은 결과를 미리 전해 받은  내가 당장 찾은 곳은 항공 예매 사이트였다.   나라였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의 SNS에서 평화로운 풍경을   같은 아른거림이었다. 조금은 낯설고 , 지금이 아니면   없는, 그중에서도 ‘쉬이   없는이라는 감이 왔다. 직항이 없는 포르투갈로 가자. 불편한 항로로 떠나자. 혼자서 2주간 머물 포르투갈로 향했다.


에어프랑스는 타자마자 미리 내가 한식을 그리워할 것임을 예언하듯 한식 옵션을 주었다. , 나는 현지식도  먹는다구.  운명을 일부러 거부하듯 반대 옵션을 골랐고, 하이네켄을 마셨다. 기내는 역시 술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보겠다고 책도 챙기고, 다운로드한 영상도 있었으나.. 나는 비행기 안에서 제일 즐겨 보는 것은 나의 위치였다. 비행기가 얼만큼 갔고- 아니 얼만큼 왔고- 얼마나 날고-  알려주는 추적 현장이야말로 지금만 즐길  있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니까. 현실감 없는 상공 얼마의 숫자, 남은 거리 어쩌고 킬로미터를 상상하는 재미.


 신기하게 국제 비행선 안에서 꽤나 학구열이 불타서, 자막 없는 영어 애니메이션을 즐겨본다. 자연스레 필사적인 생존 본능이 발동하는 것일까? 그렇게- 머리를 굴리다 보니 에어프랑스의 가장  묘미  하나인 메로나 타임이었다. 하늘 높이  있는 비행기에서  보는 메로나가 나의 인생 메로나다. 특별공급을 해오는 것일까? 네모 모양의 각이 반듯했고, 제빙상태가 남달랐다.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를 타지 않는 - 나에게는 최고의 비행 디저트로 기억될 것이다.

에어프랑스 기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정 화면

경유지로 향한 일고-여덟 시간,  끼나 먹고 두어 시간을 자더라도  시간은 먹먹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도착한 파리 공항.  시야에는 익숙한 황인종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서로가 낯선 얼굴 모양이 하나둘 마주친다.  시간 정도 주어진 시간, 고민하다 스타벅스로 들어간다. 주문할  이름을 물어보는 외국의 스타벅스.  세계에서 발음하기 어렵지 않은 이름이라고  자부했는데. ‘-    또박또박 말해주었지만, 이렇게 쉬운 이름을 엉망진창으로 적어준다. 그래, 이게 외국이지!

직원아 MYSO 는 뭐냐!!

유럽  비행기는 조금  작은, 화면이 없는 비행기로 안내받는다. 이제 한국어는  이상 들을  없어 청력에 긴장감을 키웠다. 리스본으로 향해, 걱정과 설렘이 섞여 꼬여버린 기분은 이때만 누릴  있는 행복이야. 작은, 어리고 긴장한 아시아 여자로 보이기 싫어(사실 그게  어때) 스스로 끊임없이 격려했다.


 주는 리스본,  주는 포르투에 묵기로 결심한 것은 여행을 떠나기   3자에게는 당연한 계획이었다.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아름답고 편안한 마음이 드는  리스본에 있다가 포르투에 가보았기 때문에 내릴  있는 결과론적 조언이 된다. 리스본과 포르투   호스트가 있는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해놨기에, 과거의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도록 했다.


두두두둑- 돌바닥을 구르는 캐리어 바퀴는 계속 깨지는 소리가 났다.  동네에 여행객 납시오- 라고 소리 지르는 것과 다를  뭔가. 비슷해 보이는 골목과 희미하게 6-7포인트로 적힌 주소는 길치가 아닌 나도 힘들었다. 해가 사라지고,  건물인지  건물인지 헤매다 못해 들어가는 현지인을 붙잡고, 주소를 물었다. 같은 건물의 다른  사람이었다. 열심히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올라와 호스트의 친구라는 사람을 만났다.


 친구는 정말 대충 설명했다. 여긴 이게 있고, 이걸 쓰면 되고, 너는 여기 묵어,    줄게.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나에게 부여받은  외에는  비어버린 오랜 건물은 무서웠다.  어설픈 친구라도 남아주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혼자 남겨지고, 보일러가 아닌 라디에이터에 적응해야 하는 2월의 포르투갈 날씨와 외로움이 나를 조금 떨게 했다. 설상가상,  친구가  키는  방에 맞지 않았다.


내가  나라의 자물쇠 모양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여러  시도했으나, 다른 키였다. 결국 나는 방을 잠그지 못한 채로 잠들어야 했고, 누군가가 다른 방에 들어온 소리가 났을 , 나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발휘되었다. 발걸음은 두터웠고, 남성이었고, 내가 알아들을  없는 언어를 사용했다. 다음  아침  게스트가 나에게 웃으며 굿모닝을 외쳤지만, 나는 ‘굿이기에는 무서운 밤을 보내버렸다고.  속도 모르고. 평소 나는 낯가림이 없는  알았는데,  나라에 혼자  때는 어느 정도 두려움을 안고 시작했음을 떠올렸다. 그래-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방콕과 도쿄에서도, 하물며 반년을 머물렀던 헬싱키에서도 첫날은  이랬어. 지금 와서야 과거의 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 본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리스본에 대한 예의가 아닌지라 몇 문장을 덧붙여보겠다. 다른 게스트와의 어색한 인사 후 나는 리스본의 햇살과 함께 토스트, 커피를 곁들인 아침을 즐겼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정다운 고즈넉함. 집은 작고 오래되어도 테라스가 반드시 있는 멋스러움. 오늘은 어디를 가면 즐거울지 동선을 그려보다 콧바람이 나왔다. 어디든 발길이 가는 곳으로, 멋진 풍경을 공기를 마구 담고 가야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보이는 테라스
리스본에서는 흔한 바닥과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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