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동안 그렇게 왜 뛰었냐면요
[지금은 완전히 마침표를 찍고, 표지를 덮어버린 서른하나 9월 어느 날의 이야기]
며칠간 심장이 요동쳤다. 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고 증명하듯이 우리는 그랬던 게 실제로 맞았던 것처럼. 이 감정이 사랑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익숙한 길, 낯선 사람,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 세 가지를 조합하는 데 소질이 없지 않은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많이 이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거짓말한 것들, 이렇게 오기 위해 뿌린 향수나 고민한 티셔츠나 지우지 않은 화장까지도, 그는 다 스며들어야 하니까.
축제가 끝나간 번잡한 잠수교 위에서 조금씩 부딪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배려하지도 배려하지 않지도 않는 무심한 태도는 어디서 온 걸까. 정말 러닝을 위해서만 여기까지 온 게 맞을까. 나는 또 나답게 수많은 질문과 관심을 던지고, 스무 살가량까지 같은 동네에 살았던 우리를 발견했다. 우연하지 않은 우연은 너무 반가웠고, 가을바람만큼 더 잘 달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 속도라면 절대로 숨이 차지 않을 것 같았지만 먹먹한 무언가가 몽글몽글하게 생겼다가 없어졌다. 가을바람과 한강 분위기에 더 뛰자고 제안한 목소리, 내가 타고 싶었던 놀이터 기구를 챙겨주던 아주 작은 세심함, 달리는 삼호선 열차에 손을 흔들었더니 약간 고민하다 끝내 같이 흔들어주었던 손끝까지. 그래서 어땠어?라는 친구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다 담지 못하는 가을밤 물기, 서울밤 채도.. 사실 끝에 다다라서는 무릎이 조금 아픈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어딘가 기울어서인 게 아닐까. 시큰거린 부끄러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집에 가려던 내게 먼저 편의점을 제안하고, ‘저기 벤치..’라고 꺼낸 네 글자 제안에 또 혼자 우주를 다녀왔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눌 수 있는 많은 질문과 대답들. 지금 꺼내보니 우리는 서로가 아닌 앞의 한강을 바라보며 이어갔다, 마치, 전화를 하는 것처럼, 그 어떤 일보다 진하게 아쉽다. 그렇지 않은 척 정말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꾹꾹 누르고 자연스럽게 안녕했다.
또 나는 그다음을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이렇게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