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한 조각 속
동대문 부근에서 근무하는 교사인 친구가 이야기를 풀었다. 넌 정말 강남에서 왔어? 신기하다. 아이들이 강남에서 전학 온 아이를 시끄럽게 신기해했고, 그 신기함을 처음에 싫어하던 아이도 결국 그 시끄러움 속으로 묻어갔다. 그러면서 학군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결론으로 흘러갔고 몇몇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직 논리적으로 정립을 잘하지 못하겠지만, 또 반박을 이겨낼 강인한 논리는 없지만 철학은 분명한 내 신조 하나가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 풍조인 ‘학군’을 경멸한다.
닮은 그룹으로 묶이는 장점은 당연히 많다. 그리고 그렇게 비슷한 환경과 분위기 가치관 기준점을 지니면 편협해진다. 가까우면 어떤 다른 모습을 지니더라도 다르다고 알아차릴 수 있다. 알아차림은 사랑으로 바라보아줄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비슷함은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줄인다.
나는 그게 두렵다.
조금 다른 집, 가정환경, 가족관계, 애착과 버릇, 비밀과 목표지향점. 아이들은 다름을 알아차리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 학군이라는 사랑의 테두리에서 사랑을 쉽게 잃을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으로 자라 사회의 중심에 서고 각자가 지닌 사랑의 역량을 발휘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 역량에 따라 사회는 규정된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세상이 이미 두려워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