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자들에겐 담배토크 대신 "이것"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이것"
N년전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팀내 남자 선배들이 '우루루' 몰려나가는 이른바 '담배타임'이 하루에도 수시로 있었다. 아주 가끔 회식 자리에서 뿌연 담배 연기를 참아가며 그들의 담배토크를 옆에서 듣노라면 별 시덥지않은 농담, 선배님의 진지한 충고, 회사의 미래에 대한 각자의 전망 등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화제들이 오고 갔다.
주로 남자들 중심의 '담배타임'에 대한 비판의 요는, 그들은 담배타임을 통해 업무에서는 자리를 비우고 농땡이를 피우면서, 중요한 정보 교환이나 의사결정 역시 이 담배타임을 통해 성사시킨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비흡연자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특히 상대적으로 흡연율(혹은 흡연공개율?)이 낮은 여성들의 직장생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그런데... 여초회사를 다니는 여자들에게는 담배타임에 필적할만한 카드(?)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화장실 토크다. 상사도 여자, 나도 여자일 때 우리는 화장실에서 마주치고, 여자들은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거나 메이크업을 수정하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낸다. 이때 신변잡기에서부터 (거기 새로 연데 가보셨어요?) 중요한 의사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진다. (이따 회의는 2시 괜찮으세요? 어느팀 부를까요?) 우리는 부지런히 칫솔질을 하면서도 왠만한 대화는 가능하다.
시끌벅적했던 화장실 문을 나서면, 상사와 화장실 타임을 가질수없었던 남성 팀원에게 "회의는 이따 2시로 결정되었어."라고 전해주면 된다.
N년간 강산도 변하여서, 여러 사람이 우루루 몰려나가 긴 시간 자리를 비우는 담배타임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둘셋씩 조용히 눈치껏 밖으로 담배타임을 다니는 흡연자들을 볼 수 있다.
사실 매일의 업무는 공적인 영역에서만 이루어지거나 완결되기 힘들다. 결국에는 타인과 접점이 많은 사람이 정보 우위와 의사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쉬우며, 이 점이 우리가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순간에도 부지런히 촉을 세우고 움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