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소의 아름다움- 미소의 근육 모나리자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벽 너머,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한 여인의 미소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녀의 미소가 500년 넘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단지 화법의 기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비밀은 입술 아래, 눈가 주변, 그리고 치아를 감싸고 있는 미세한 근육들의 조율에 있다. 나는 모나리자의 그림을 바라볼 때마다 이빨의 경이로움을 떠올린다.
다 빈치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해부학적으로 탐구한 사람이었다. 입꼬리를 위로 끌어올리는 광대근(zygomaticus major), 눈가를 부드럽게 수축시키는 안륜근(orbicularis oculi), 입술의 형태를 잡아주는 구륜근(orbicularis oris). 감정은 이 근육들의 미세한 협주 속에서 만들어진다. 모나리자의 입술은 스푸마토 기법으로 윤곽이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어 광대근이 완전히 수축하기 직전의 순간처럼 보인다. 입술의 윤곽선을 또렷하게 그리지 않고 경계를 흐려, 빛과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그 덕분에 표정은 모호함 속에 깊이를 더한다. 수십 차례의 덧칠을 해서 만들었다는데 이는 미소의 근육이 단순하게 몇 개만으로 움직이지 않다는 것을 다 빈치는 알고 있는 듯하다. 일부 학자들은 이 그림이 완성이 아니라, 끝없이 다듬어지던 ‘진행형의 작품‘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런 다빈치의 노력으로 그녀는 웃는 듯하면서도 웃지 않는, 고요와 생동이 동시에 머무는 표정을 갖게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웃음이 생각보다 매우 ‘경제적인’ 표정이라는 점이다. 웃을 때 사용되는 12~17개의 안면 근육이 조화롭게 작동하며 우리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중심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광대근과 눈가를 수축시키는 안륜근이다. 반면 찡그릴 때 사용되는 40개 넘는 안면 근육은 얼굴 전체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다. 미간을 찌푸리는 추미근(corrugator supercilii), 입꼬리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구각하제근(depressor anguli oris), 콧방울을 벌리는 비익거근 등이 동시에 수축하며 얼굴 전체를 경직시킨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화와 짜증은 거의 중노동에 가깝고, 웃음은 최소한의 근육으로 최대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효율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효율적인 근육은 웃음이다. 많이 웃자는 말은 감성적인 구호가 아니라 신체 구조의 관점에서도 타당하다.
동물 세계에서 이빨을 드러내는 행위는 위협의 신호다. 윗입술을 들어 올려 송곳니를 보이는 순간, 그것은 공격 직전의 경고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근육 움직임을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우리는 입술을 들어 올려 치아를 드러내면서도 무장 해제와 환대를 표현한다. 공격의 도구였던 이빨은 사회적 신뢰의 신호로 전환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야성의 칼날이었던 이빨이 입술 곡선 안에서 가장 따뜻한 상징으로 바뀌는 순간, 인간은 타인과 연결된다.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낯선 공항, 말도 완전히 통하지 않고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던 순간이 있었다. 여권을 건네며 괜히 긴장했고, 혹시 입국이 거절되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여 왔다. 그때 입국 심사 담당자가 여권을 확인한 뒤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치아가 보이는 그 짧은 표정 하나에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근육 몇 개의 움직임과 하얀 이빨의 노출이, 세계의 언어가 되었던 순간이었다. 나는 그 짧은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말은 달라도 웃음은 통한다는 사실. 미소는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의 공통 언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의 차이는 입술뿐만 아니라 눈에도 있다. 입꼬리만 올라간 미소는 의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눈가의 안륜근이 함께 수축하지 않으면 감정은 완성되지 않는다. 입술과 눈이 동시에 반응할 때 비로소 웃음은 설득력을 얻는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도 그 미묘한 균형에 있다.
거울 앞에서 입꼬리를 가볍게 들어 올려 보면 알 수 있다. 광대근이 움직이고 눈가가 부드럽게 반응하며 치아가 살짝 드러난다. 그 짧은 곡선은 위협이 아니라 평화의 신호다. 40개 넘는 근육으로 얼굴을 긴장시키는 대신, 12~17개의 근육으로 세상을 향해 여는 편이 훨씬 지혜롭다.
이빨은 단단하지만 그 의미는 부드럽게 진화해 왔다. 공격의 상징이었던 것이 배려와 타협의 상징으로 변한 과정. 그 중심에는 미소가 있다. 그래서 효율적인 근육의 사용은 웃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많이 웃자. 그것은 근육의 선택이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향한 가장 따뜻한 신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