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빠가 알아야 할 육아 개념
육아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영유아 시절 아이와 주 양육자 간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주 양육자와의 애착, 상호 작용이 뇌의 폭발적 성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 감정 이입 능력을 발달시켜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관계 형성의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가 만 3세가 되기 이전에는 엄마든 조부모나 육아 도우미가 되었든 간에 주 양육자를 담당할 한 사람이 아이와 꾸준히 애착관계를 형성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와의 애착관계는 주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비례할까요?
엄마들이 육아 바이블처럼 본다는 신의진 선생님의 '아이 심리백과'라는 책을 보면 주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지내더라도 '안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강압적인 육아를 하거나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지 않을 경우 주 양육자와의 관계가 불안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애착 관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함께 지냈지만 오히려 아이의 정서 발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함께 하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질적으로 어떻게 보내는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 양육자의 마음 상태가 아이에게 이어집니다. (남편에게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질'적으로 건강하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무엇보다 주 양육자의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뿐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많이 느꼈고요.
2년 전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 직장 일로 참 바쁜 시기를 보냈습니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출근했지만 야근이나 회식이 잦았을 뿐 아니라 주말에도 출근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육아에 지쳐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고백하자면 아내의 지친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하면 아내를 편하게 해 줄 수 있을까보다 지친 아내에게 어떻게 하면 회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쉬는 날에 와이프가 원하는 교육을 받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육아에서 떨어져 있을 시간을 많이 갖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생기다 보니 어느덧 회식 이야기를 꺼내도 상냥하게 받아주고 아이의 짜증에도 훨씬 차분히 대처하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한숨을 쉬는 일이 급격히 줄어든 아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창시절 좋아했다는 젝스키스의 콘서트를 다녀온 후 보았던 아내의 행복한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젝스키스 오빠들이 아내에게 준 행복감은 무려 한 달 가까이 이어졌고 그 한 달 동안 저와 아이들 또한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 이거구나!' 싶어 육아에 더 열심히 임했습니다. 회식을 앞둔 날에는 육아가 힘들 줄도 몰랐고 오히려 재밌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 늦게 들어오면 당장이라도 눕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아내 또한 육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쉬었을 때 그 여유로움이 나와 아이들에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에 관심을 가질수록 내 아이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된 것은 물론이고요.
비단 아내뿐 아니라 주 양육자의 행복이 아이들에게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배 엄마들의 성공담이 아닌 진짜 육아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으로 유명한 '엄마의 독서'를 쓴 정아은 저자 역시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되었을 때 엄청난 행복감을 느꼈고 그 행복이 아이들이 이어졌음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전문 상담사분들 역시 좌절감, 패배감, 무기력 증에 쌓인 사람들과 만날 때 가장 먼저 내담자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의 태도가 어떠했는지부터 살펴봅니다.
주 양육자가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주 양육자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질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주 양육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인데요,
육아라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참 많이 힘든 일이기 때문에 주 양육자가 스트레스에 쌓여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주 양육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불만만 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빠들의 불만은 '밖에서 놀다 온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고 집에 와서 나름 도와준다고 하는데, 와이프가 내 노력은 몰라주고 육아에 더 헌신적인 다른 아빠들과 비교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회식을 편하게 나가기 위해 육아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저의 경우에도 만약 아내가 '지금이 당연한 거야'라고 말하면서 회식이나 야근에 부정적인 반응을 계속 보였다면, 저는 끝내 아내가 육아에서 분리되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육아가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남편들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들과 비교하지 않고 제 노력을 알아준 아내에게 참 많이 감사합니다.
육아에 지쳐 있는 아내와 직업 특성상 야근과 회식을 많이 해야 하는 남편의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어느 날 남편이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TV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빠들은 다 일찍 퇴근해서 육아도 같이 한다는데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TV 앞에 앉아 있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올 때(마음에서 천불이 나지만) 감사를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매일 야근에 회식에 고생일 텐데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격려해주고, 조금 쉬었다 싶을 때 필요한 집안일을 부탁하고, (여전히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다른 아빠들과 비교하지 않고 예전에 비해 나아진 부분에 대해 감사를 표현할 때 인정과 칭찬에 목마른 남편 또한 힘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주 양육자의 행복이 아이에게 이어지려면 주 양육자의 행복을 위한 부 양육자의 노력, 부 양육자의 노력을 이해하고 감사하는 주 양육자의 마음이 필요충분조건처럼 서로 이어질 때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육아 휴직하는 아빠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많은 가정에서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가 육아의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아내를 도와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내가 집으로 출근하는 건지, 직장으로 퇴근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남편들의 삶도 녹록지 않습니다만,
아내가 집에서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한다면 아내에게, 조부모님이시면 조부모님께, 가사도우미께서 아이를 돌봐주신다면 가사도우미 선생님께, 어린이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면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현해보세요, 감사함이 마음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표현될 때, 그분들의 피로가 조금 씻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긴 작은 행복이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