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아빠 이미지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육아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기준 있는 자녀 양육, 그리고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아빠 이미지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아빠 이미지상을 갖는 것이 좋을까요?
관대한 아빠, 친구 같은 아빠, 큰 나무 같은 듬직한 아빠, 공룡이 되었다가 상어가 되었다가 변화무쌍한 아빠, 멋짐 폭발하는 아빠,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뒤에서 세심히 도와주는 숲 같은 아빠, 엄마 대신 훈육을 담당하는 아빠 등 다양한 모습의 아빠 스타일이 있는데요, 아빠 이미지상은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 말할 수 없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우리 주변의 아빠나 역사 속 인물을 멘토 삼거나 책을 통해 발견한 좋은 글귀를 마음속에 새기며 내 가치관에 맞는 아빠상을 그려보고 이를 업데이트 해 나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아빠상은 민주적이면서 권위적인 아빠입니다. '민주'와 '권위',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상호 대칭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의 조합인데요,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이라는 책을 읽은 후 제가 바라는 아빠상이 민주 권위적인 아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기가 막 태어났을 때만 해도 저는 '민주적인 아빠' '자상한 아빠' '친구 같은 아빠' '소통형 아빠' '공감형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민주적인 아빠'라는 말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을 가진 '민주'라는 단어 때문이었는데요, 이를 아이에게 적용했을 때 아이의 권리는 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대한민국의 국가 의사를 결정하는 절대 권력이 사회 지도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 역시 내가 낳았다고 해서 부모의 소유물이 아님을 인식하고 나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다보니 민주적이고 친구 같은 아빠 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적으로 대한다는 것을 무조건 타이르고 좋게 대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아이를 대하다 보니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고 아이에게 쩔쩔매는 모습으로 변질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여러 권의 육아 책을 읽은 후 권위 있는 모습도 갖추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민주 권위형 아빠는 아이와 부드럽게 소통하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아이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되 관대한 측면으로 너무 많이 허용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아이가 부모 위에 군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지시켜주고 때로는 엄격하게 통제하며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말이죠.
자상함과 엄격함이 공존하는 민주 권위형 아빠라.. 말은 참 쉽지만 민주 권위형 아빠가 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상함과 엄격함 사이에 기준 없이 행동하면 이중인격자 아빠가 될 수 있고,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허용형 아빠나 꼰대 아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 권위형 아빠가 되기 위해 저는 다음 3가지 실천 사항을 가슴에 담고 있습니다.
1.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2. 함께 한다.
3. 유심히 관찰한다.
1.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부모의 권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신뢰는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같이 공룡 놀이 하기로 해 놓고 '00야 잠깐만, 아빠 설거지 좀 하고~, 엄마 빨래 좀 하고 놀자' 라며 자꾸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서 더 놀고 싶어하는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아빠 내일은 도토리 따자~' 라고 말 했을 때 '그래'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음날이 되면 잊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하지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이들은 그 말들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실망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아빠 엄마는 나랑 공룡놀이 하는 것 보다 설거지와 빨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이들에겐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면 잊지 않고 가급적 바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함께 한다.
예전에 어느 육아 책에서 본인은 TV를 보면서 자식에게는 TV 보지 말고 방에 들어가 공부를 하라는 부모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설령 자식을 배려해서 방에서 조용히 TV를 본다고 할 지라도 아이는 부모의 배려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나는 공부하고 있는데 TV를 보고 있는 부모의 이중적인 모습만 떠올릴 뿐이죠.
승유가 태어날 때부터 저는 같이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한테 영어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전에 제가 먼저 영어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고,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 하기 전에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역할 놀이 할 때도 가급적 승유가 아는 공룡, 상어, 고래이름들을 다 외우려고 합니다. 물론 생각만큼 잘 되진 않습니다. 세상에 공룡이나 상어, 고래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읊는 아이를 보며 나와 다른 천재가 아닌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영어 문장에 굳은 돌머리를 탓하기도 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아이가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답답해하지 않는 정도는 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유심히 관찰한다.
마냥 좋은 아빠가 아니라 때론 엄격하게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훈육하는 아빠가 되려면 관찰을 통해 엄마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찰력이 정말 부족해서 가장 노력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예전에 연애하던 시절을 잠깐 떠올려 볼까요?
호감 가는 사람을 만나고 사귀기까지 우리는 온 신경을 곤두 세워 상대방도 나에게 비슷한 호감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라는 말이 정말 만족스러워 하는 소리인지, 예의상 하는 소리인지 목소리 톤, 표정, 당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보고 파악하고, 저 꽃 예쁘다며 지나가듯 던진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만날 때 꽃 한 송이를 선물합니다. 바뀐 카카오톡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를 보고 심경의 변화를 추측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집중과 관찰은 사귀는 시간이 지속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레 점점 옅어져갑니다.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기도 했고 내 집마련, 직장 내 승진 등 해내야 할 수 많은 일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죠.
물론 익숙해 진 것을 다시 익숙하지 않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의 표정, 지나가듯 내 뱉는 한 마디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가져봅시다. 의도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고 피곤합니다. 가뜩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분명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아이의 마음이 어느 정도 느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아빠 이미지상인 민주적이면서 권위적인 아빠, 이를 위한 저의 실천 사항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약속을 지키고 함께 하고, 관찰하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막상 해보면 꾸준히 실천하기가 정말로 어렵습니다. 정신 없이 하루를 지내다 보면 '아빠가 하지 말랬지!!' '승유야 저쪽 가서 할래?' '아빠 지금 바쁘니까 잠깐만' '다음에 하자' 라는 말에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아이가 독립적인 인격체임을 인식하고 내가 생각한 실천 사항들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면 분명 부부관계나 자식과의 관계에서 훨씬 더 깊은 유대감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