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의 나에게 아윤이를 데려다주었다.

2. 엄마가 되는 날

by 울보엄마

아윤이는 39주 마지막 검진 때도 나올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입덧을 열심히 했던 산모치고는

입덧이 끝난 두 달 동안 몰아 먹어서였을까,

급격한 우량아가 되어 있었다.


검진 결과 3.8kg.

자연분만을 꿈꾸는 초산모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숫자였다.


당장 유도분만이나 수술을 진행하자던 선생님은

호기롭게 유도분만을 선택한 나에게

“10명 중 8명은 진통만 하다 수술합니다. 알고 계세요.”

라는 어마무시한 말을 했다.


무슨 깡이었을까.

“그래도 할게요, 유도분만.”

그렇게 대답하고 다음 날로 예약을 잡고 온 나는

집에 와 남편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실은 무서웠다.


그렇게 유도분만 날이 되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7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제모를 당하고 관장도 하고,

등에 무통주사를 달고 팔에도 링거를 달았다.


앞날을 모르는 철없는 초산모는

룰루랄라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과 셀카를 찍었다.

그 순간, 옆 병실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때부터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8시부터 촉진제가 들어갔고

9시부터 조금씩 진통이 왔다.

버틸 만했다. 하지만 아이가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진통이 심해져

소리도 못 내며 남편에게 간호사를 불러 달라 했다.

내 인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사지가 마구 떨렸고, 어떤 단어로도 그 고통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뭔가 사지가 떨리는 느낌이다…


간호사 선생님의 등장으로 나는 ‘무통 천국’을 맞이했다.

무통 천국은 진통이 왔지만 통증은 없었고,

그래프는 요동쳤고 사지는 저절로 떨렸다.


하지만 역시 천국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윤이가 내려오지 않았다.

이러다 수술할 수도 있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초조해졌다.

그리고 15분 동안 힘을 줘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했다.


도와달라고, 힘내보자고, 배를 잡고 아윤이에게 빌었다.

기적처럼 15분 만에 아윤이는 내려와 주었고,

그렇게 아윤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효도를 했다.


진정한 분만 타임이 되고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무통을 꺼야 했다.

“무통 빨 끝나기 전에 낳읍시다.”

간호사 선생님의 한마디에 힘을 냈다.


나는 산소 호흡기를 찼고,

내가 숨을 쉬는 건지, 애를 낳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패닉 상태였지만,

진통이 오면 힘을 줘야 된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배가 아프면 기계처럼 온 힘을 다해 힘을 줬고,

세 명의 간호사 선생님들이 내 배를 눌러댔다.


힘을 다 주고, 힘을 뺄 때마다

내 입에선 나조차도 들어본 적 없는 짐승 소리가 났다.


‘하늘이 노래지면 아이가 나온다’ 던 어른들 말은

틀리지 않았다.


“더는 못해요. 힘이 없어요. 못 해요. 안 돼요.”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3.78kg의 아윤이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나와 똑같이 생긴, 작지만은 않았던 이 아윤이.

그 아이가 나의 품에 안겼다.


“아가, 엄마야. 우리 딸.”


너무나 행복했고, 벅찼고…

그리고 두려웠다.


병원 조명 아래에서 막 태어난 아윤이를 바라보며

나는 약속했다.

이 아이는, 내가 무조건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아직 제대로 눈도 못 뜬 아이를 품고 느꼈던 그 무게는,

그동안 내가 품었던 어떤 불안보다 더 무겁고 단단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무게가 좋았다.

그 무게를 평생 안고 살고 싶었다.


아윤이와 나는, 그날 함께 세상에 태어났다.

한 명은 엄마로, 한 명은 아이로.

나는 그날, 다시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