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일상적인 행복의 상실
요즘 따라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나,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대단한 걸 원한 적 없다.
나는 맑은 날 햇빛을 맞으며 초록초록한 나무를 보고, 이어폰을 꽂고 거닐면 그게 행복했다.
맑고 바람이 솔솔 불어 이불이 잘 마르는 날씨,
그게 나에겐 행복이었다.
그런 소소함이 삶의 행복이었던 나에게,
주말마다 셋이서 공원 가고,
마트에서 장 보고,
벚꽃 구경하며 사진 한 장 남기는 것—
누구나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나한텐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남편은 아윤이가 14개월 될 때 해외로 직장을 옮겼다.
아윤이가 이른 나이에 어린이집을 가게 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3개월 주기로 한국에 오는 남편을 두고
아윤이를 하루 종일 혼자 보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남편이 없는 일상은 평범하지 않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그 와중에 아윤이는 병원에 입원도 했고
잦은 잔병치레를 겪었다.
울면 안 되는 건 나인데,
결국 혼자 조용히 눈물 삼키는 날도 많았다.
TV 속 광고처럼,
온 가족이 소파에 앉아 웃으며 귤 까먹는 장면이
왜 이렇게 가슴을 찌를까.
그건 내게 너무 먼 장면처럼 느껴졌다.
타국에 있는 남편도
가족과 떨어져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얼마나 보고 싶을까,
저 작은 아이가..
그 마음을 알기에 힘들다고 투정 부릴 수 없었다.
그렇게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야만 하는 삶을 살아갔다.
남편이 한국에 오면,
미뤄뒀던 산책, 여행, 외식…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렇게 공허함을 채웠고,
남편이 다시 출국하는 날
채워진 공허함은 눈물로 다시 쏟아졌다.
그리고 매번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무얼 위해 이렇게 사는 걸까.
이게 정말 행복한 걸까.
돈이 최고인 걸까.
내가 바라는 것들이 그렇게 욕심인 걸까.
눈물이 날 때마다,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떠나는 남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미안했다.
그런데 눈물은, 내 뜻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남편을 무진장 좋아했었다.
남편 친구들은 지금도 말한다.
"네가 어떻게 쟤 없이 살아? 진짜 신기해!"
"애 낳아봐라. 다 살아진다. 우야노, 살아야지~"
그만큼 나는 남편 껌딱지였다.
부모가 된 우리는,
아윤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던 거다.
얼마 전 드라마에서 한 대사가 마음에 꽂혔다.
사랑하는 이가 매일 아침 저 문으로 나가
매일 저녁 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기적'이라고.
너무나 사무치는 말이었다.
쫄보인 나는 매일 밤,
이중 잠금장치를 누르고 걸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단속을 한다.
남편이 매일 아이가 잠들어야 퇴근한다고
볼멘소리 하는 엄마들을 보며, 난 그거마저도 부러웠다.
평범함이 주는 행복은
잃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다 함께 먹는 저녁상,
설거지를 하며 들리는 아이와 아빠의 장난소리,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는 저녁 산책,
잠들기 전 "오늘 하루 고생했어" 토닥이며
"잘 자"라고 말해주는 한마디.
전혀 소중하지 않을 그 평범함이
나에겐 간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