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달리기의 순기능
나는 달리기를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굴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그저 평범한 엄마들처럼 운동을 해야 했고,
헬스장은 지루했었다.
사실 달리기는 어릴 적 육상선수를 하고 싶을 만큼 좋아했고, 나름 잘했다.
학창 시절 12년 동안 계주 선수는 매번 했었고,
오래 달리기도 반에서 3등 안에는 꼭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며 지각할까
전력 질주로 지하철을 타면 가파오는 숨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래서 해본 적 없던 마라톤이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3km, 5km, 7km, 10km. 차근차근 거리를 늘려가며 나는 느꼈다.
육아하며 나를 잃어버린 내가 달리는 순간만큼은
숨결 하나까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걸.
그리고 내 인생에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되는 건
지금 이 두 다리뿐이라는 슬프고도 희망찬 결론을 찾아냈다.
달리기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페이스 조절이 더 절실했고,
나의 리듬이 더 중요했다.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모든 게 흐트러져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래서 더 달리기처럼 인생을 살고 싶었고,
달리기가 인생 같았다.
달리기처럼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고,
달리기를 하듯 페이스 조절하며 가야 롱런할 수 있는 우리네 인생 같았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주된 생각이었다.
‘아윤이의 적응,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아윤이도 하는데 나도 해낸다’였다.
아윤이에게서 힘을 얻으며 달렸다.
“할 수 있다. 아윤이도 울지만 한다. 나도 한다. 내가 못하면 아윤이도 못한다. 할 수 있다.”
그렇게 7km, 10km를 뛴다. 그리고 땀과 함께 그 순간만큼은 털어낸다.
결론은 하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다 지나간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달리기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아윤이의 눈물도,
시간이 지나가면 다 지나간다.
나는 매번 “오늘은 5km만 뛰자”라고 생각하며 시작한다.
5km – “컨디션이 좋은데, 더 달려볼까?”
7km – “죽을 것 같은데... 누가 엉덩이 좀 밀어주세요...”
8km – “여기서 멈추면 아깝잖아. 뛰자, 호흡부터 잡자.”
그렇게 이를 악물고 10km를 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죽을 것 같아... 이 미련한 욕심... 어휴...”
이럼에도 달리는 건,
달리기는 매번 나를 살게 하고,
나를 정리해 주고,
나를 깨우치게 한다.
덤으로 성취감과 다이어트까지 준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윤이와 손 꼭 잡고3km라도 함께 걷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둘만의 작은 마라톤,
우리 인생의 페이스를 같이 맞춰가면서. 그때는 내가 조금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도 괜찮겠다.
아윤이가 내 앞에서 달리고 있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나는 충분히 이긴 인생일 테니까.
이글의 후기로 나는 아윤이와
7km 유모차런에 다녀왔다.
유모차에 있었지만 함께 마포대교 위에 섰을 때
나는 모든 걸 갖은 느낌이었다.
올해의 유모차런도 도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