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유료화-응원하기-로 시끌시끌해진 것 같다. 여러 불만어린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데, 그 중 하나는 응원하기가 가능한 크리에이터의 자격에 관해서다. 나는 처음 공지가 뜨고 여러 자격조건을 보았을 때 ‘나는 안되겠다’ 싶어서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꾸준히 글을 발행하지 못했고, 4월에 출간을 계기로 최근 근황에 대해 올린게 전부이며, 구독자도 많지 않다. 글의 주제는 대부분 육아와 가족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음악’분야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다.
물론, 나는 사회에서 음악치료사이자 음악대학 학석사 및 음악교육학 석사와 음악학 박사 수료를 한 상태이므로 음악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또한 논문이라던지 음악관련 일에 관해서 글을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음악글은 내게 원고료를 받는 일거리다. 그래서 블로그 등에 올리지 않는다. 브런치 내에서도 음악 관련 전문지식을 소요하는 글이 거의 없다. 다만 최근 출간작에서 아쉽게 빠진 몇 꼭지를 묶어 올리는 것을 계기로 음악치료 및 음악에 대한 글을 구상하는 것 정도? 그러나 브런치스토리팀이 그것 까진 알 수 없지 않은가.
정신차리고 찬찬히 둘러보니 몇가지 보이는 점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 등 이미 글쓰기로 수익화를 내기 시작한 곳도 있고, 교보문고 창작의 날씨처럼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으며, 신생 글쓰기 관련 사이트들은 처음부터 수익화를 염두하고 시작했다. 브런치스토리도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래도 브런치(스토리)가 이 분야에서는 성공하여 안착한 케이스고 광고가 없고, 선별되어 글쓰기 자격이 주어진다는 조건 덕분에 청정지역으로 알려졌다. 이런 제도에 수익화라는 자본의 힘이 들어 온다면 기존이용자들은 브런치만의 강점을 포기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것 같다.
티스토리-카카오스토리-브런치스토리를 연결하여 ‘스토리’라는 광장을 만든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음악크리에이터가 되고 이게 뭔가 싶어서 클릭해봤다. 가보면 음악크리에이트들의 글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브런치스토리의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티스토리의 크리에이터, 카카오스토리의 크리에이터가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 것이다. 이거다! 이들의 목적은 합쳐진 세갈래 스토리를 분야별로 모이게 하는 카테고리화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다만 브런치스토리앱에서 더 커진 광장’스토리’로 갈 방법이 없고,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노출시키느냐는 스토리팀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음악크리에이터가 되도 별 감정이 들지 않는게, 브런치스토리는 결국 내 글을 보여주는 아주 기초적인 매체일 뿐이다. 많은 브런치작가들이 이야기했듯 구독자수나 통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연한 계기로 주제 상황이 맞아떨어져 노출이 된 것이다. 물론 글 하나 올리면 신경이 쓰인다. 누가 보나? 얼마나 보나? 그러나 조회수가 폭발했다고 해서 좋은 글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않나. 그 계기로 구독자가 늘 수도 있지만 포털사이트에 걸린 글은 그들이 어마어마한 감명받아 일부러 브런치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그냥 한 번 클릭한 사람일 뿐이다. 그들이 내 글을 완전히 정독했다고도 확언할 수 없다. 나도 대충 보고 넘기는 글들이 많으니까.
브런치스토리 초창기때부터 사용해온 사람으로 나의 경우는 작가심사도 무난히 한번에 통과했다. 11회가 다 되는 출판프로젝트에 한번도 낸 적도 없고 그냥 내 글을 모아두는 아카이브 정도로 생각했다. 첫번째 책을 브런치에서 시작해서 투고했고, 두번째책은 브런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외 여러 인터뷰들도 브런치를 통해 연락이 왔다. 그러니까 내겐 명함인 셈이다.
물론 브런치에서 하는 많은 기회들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한 분들도 많다. 구독자수를 늘려 자기 팬을 만들고 출판프로젝트에서 출간까지 연결된 분들도 있다. 그러나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왜냐면 나는 그만한 노력을 안 했기 때문에.
밖에서 브런치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이제 자주 보인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정말 스스로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지. 내 글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있는지. 글 만으로도 생계를 책임질만큼 당당한지.
나는 못하겠다. 에세이를 두 권 출간한 사람이지만 스스로 작가라 칭하기 겸연적다. (물론 학자로서 내 전문분야인 음악 관련 논문을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 글을 쓰고, 고치고 출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출간 후 피드백과 팔리는 수를 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족한 점이 느껴지고 내 자신을 작가라고 하기 더더욱 쑥스럽다.
브런치 글을 보면, 일기 수준의 글이 제일 많다. 감정을 배설하는 듯한 글도 많다. 썰 수준의 글도 있다. 안 보면 그만이다. 물론 내 글도 그렇다. 내 브런치엔 그때그때 재미있는 상황들을 놓치기 싫어서 크로키하듯 쓴 글도 많다. 그러나 적어도 (원고료를 받는)작가의 글이라면 여러번 퇴고하여 가독성이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받침할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에세이라도 말이다. 내 브런치의 글들은 원고료를 받을 만큼 어느 수준까지 올랐는가?
그래도 브런치는 괜찮다. 책으로 치면 초고 같은 날것의 맛이 있다. 그것이 매력이니까.
브런치 작가 풀이 10년 이상 2만명이 넘게 쌓였으니 크리에이터 선정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분야별 카테고리화 한 것이다. 그 중에는 글도 일정 수준에 있는 사람도 있고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도 있다. 어떤 항목에 널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도 있다.
시작부터 균등해야지 하는 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 글쓰기도 재능이고 이미 재능이 발휘되어 펼쳐진 사람은 시작이라 할 수 없다. 그들에겐 역시 그 분야의 글을 내는 창구일 뿐이다. 브런치가 아니어도 잘 나갈 사람들, 그냥 쪼꼼 부러울 뿐.
어떻게 선정이 되었나? 나로 예를 들면, 아무리 내 직업이 음악치료사고 음악 전문가라 해도 브런치에 음악 글은 거의 올리지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가. 음악이라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그 분야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그리고 출간작가라는 보장성이 발휘된 것으로 풀이된다. 거기다 전체적으로 음악 분야는 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그 덕을 본게 아닐까. 에세이같이 작가 풀이 많은 분야는 그만큼 치열했을 것이다. (선정되지 않았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길)
말은 고상하게 썼지만 “감히 나를 안 뽑아?””글쓰기 욕구를 떨어뜨렸다.” 하는 푸념이 많이 보인다. 마치 쳇GPT 처음 나왔을 때처럼 작가들은 다 망했다는 류의 어두운 미래만 그려낸다. 그러나 쳇GPT건 브런치스토리건 도구일 뿐이다.
바꾸어서, 출간의 과정에서 편집자를 만나듯 브런치에서 예비편집자를 만났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편집자들은 글을 여러가지 시각으로 책이 될지 안될지 먼저 판별하는 첫 독자이다. 물론 편집자의 눈이 절대적으로 옳다 할 순 없지만 그 나름의 직업적 판단은 있다. 편집자는 출판의 방향이나 전문성 독자층 등을 다각적으로 고민한다. 그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미 출간으로 입증된 이도 보일테고 앞으로 이 작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많은 데이터를 통해 판단할 것이다. 그러니까 브런치스토리는 대면하지 않는 편집자인 셈이다.
나도 출판사에서 제안한 것이지만 두번째 책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내 글을 여러 개 보내 입증해야만 했다. 편집자는 다정하지만 날카롭게 지적하고 판단한다. 출판사의 존폐가 달려있기에. 이런 과정을 브런치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좋아요 갯수와 편집자 입장에서 책이 될만한 글은 상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쥐뿔도 없는 나도 그렇게 제안이 왔다.
브런치작가가 되었다고 작가인가? 단언코 아니라고 본다. 그냥 자격일 뿐이다. 브런치는 그러니까 과정이자 글쓰기 도구일 뿐이다. 출간을 목표로 한다면 전문성을 갖춰 그 분야에 더욱 탐미하고, 사람을 늘이는게 목표라면 차라리 인스타를 해라. 우리가 언제 브런치로 돈을 벌었나. 그냥 하던대로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라.
#돈벌기는틀린것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