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손목의 상처를 만졌다. 이제는 꽤 아문, 만지면 오돌토돌한 마치 점자 같은 볼록한 바늘자국이 솟아 있다. 손목을 돌리거나 움직이면 그 부분의 탄력성은 떨어져 매듭을 묶은 듯 피부가 땅긴다.
조금만 빗겨 나갔으면 동맥을 잘랐을 겁니다. 병원을 돌고 돌아 상처를 꿰매던 응급실 의사는 다행히 엄지손가락 힘줄은 다치지 않았다고 하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왼 팔 셔츠를 걷어 군대에서 다쳤다던, 어린아이 한 뼘 정도 되는 상처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도 이렇게 살아서 당신 상처를 꿰매고 있잖아요? 이 병원에서 제일 잘 꿰매니 걱정 말아요. 나보다 열 살은 어린 듯한 의사가 안정시킨다고 하는 말이 우스웠다. 명찰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한결’ 정말 군대는 다녀왔을까? 의사가 군대를?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작은 상처 답지 않게 나는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수술대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조명이 눈이 부셔서이다.
엄마는 속상해했고,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TV에서 멋진 검객이 칼을 휘두르며 적들을 벨 때 나는 등골이 서늘하고 상처가 아릿했다. 그녀는 어디서 들었는지 “나 때문이지? 나 때문이야.”하고 울먹었다. 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야. 생각보다 담담했다.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 상대는 어김없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먼저 그 패를 까지 않으면 나는 사연 있는 여자가 되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 신비함을 가지는 것도 꽤 나쁘지는 않다.
무심코 만지다 한 번은 문신을 해볼까 생각도 했다. 상처를 가리는 문신이 있다고 들었을 때, 뭘로 해볼까 상상해 보다 그만두었다. 가릴 이유가 없었다. 딱히 속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전쟁 중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면, 이 상처로 날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엄지손가락으로 팔목의 상처를 매만지다 다시 점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 오돌토돌한 실자국. 점자를 찾아봤다. 그 글자는 바로 ’을’ , 하필 ‘을’이라니. ‘을’이 손목에 새겨진 여자가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