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어느 날 너와 밥을 먹고 신나게 수다를 떨고 안녕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너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어.
항상 너의 앞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처음 보는 너의 뒷모습에 잠시 네가 참 낯설더구나.
넌 날 만날 때 활짝 웃으며 반겨주지만, 헤어질 때도 항상 너는 안녕-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날 보고 웃으며 인사를 해주곤 하지.
그래서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너의 뒷모습이 참 낯설고 이상하더라.
너의 등이 그렇게 넓은 줄 그때 처음 알았어. 너의 등은 넓고 듬직했으며, 조금 외로워 보이더구나.
잠시 내가 너를 외롭게 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어.
항상 너에게 나는 내 어려움을 물밀듯이 토로했고, 너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답이 없는 나의 고민을 당장에라도 해결해 줄듯이 내 편을 들어주었지.
나의 뒤치다꺼리 전문, 내 20대의 일부, 나의 대나무 숲, 나의 방패. 친구이자 보호자.
여러 가지 역할로 친구 이상의 도움을 너는 항상 나에게 베풀어주었던 것 같아.
힘들다고 도망치려던 나를 끝까지 붙잡아 준 것도 너고,
나쁜 생각 불끈불끈 솟아오를 때에도 내 등을 토닥여 준 것도 너야.
내 인생에서 극적인 상대역은 아닐지라도 평생 주인공을 지켜주는 신 스틸러 조연이 바로 너야.
그리고 나 역시 너의 인생에서 빼놓지 않을 동행자이길 바라.
그러려면 많이 노력해야겠지?
언젠가 나에게는 항상 어른 같던 네가 나에게 고민을 힘들게 털어놓았을 때, 나는 희열 아닌 희열을 느꼈어.
이상하지? 넌 힘들다고 나한테 말하는데 그 말을 해준 네가 너무 고맙고 좋아서,
내 기분은 후-하고 부는 입김에도 날아가는 깃털처럼 가벼워져 버렸어.
내가 위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진심으로 너를 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나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네가 한결 가벼워지기를 원해.
너의 뒷모습을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지금부터 너에게 절대 외롭지 않게 하기를,
절대 너에게 등 돌리지 않을 것을 나직이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다음에 만나면 꼬옥 안아줄게, 친구야.
2013년 씀
by.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