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잠자씨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오늘이 벌써 며칠째인가.'
그렇다. 며칠째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잠을 안 자(아니 못 자) 벌겋게 선 두 눈의 실핏줄들이, 금방이라도 힘만 주면 Brh+형질의 싱싱한 피가 품어져 나올지도 모르겠다.
'스스스...'
이제 헛소리까지 들린다.
'안 되겠다.'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에서 뼈로 가는 칼슘우유를 집어 든다. 무엇이든 한방에 끝내기를 좋아하는 안잠자씨는 우유도 한방에 뼈까지 좋아지는 우유를 먹는다. 꼴에 몸 챙긴다. 컴퓨터를 켤까. 고민하지만 결국 생각을 접는다. 안씨는 다시 혼자 눕기엔 넓은 퀸사이즈의 침대에 눕는다. 이불을 덮는다. 휑하다. 보일러를 올려볼까. 넓은 침대에서 안씨는 뒹굴뒹굴 몸을 돌려 본다. 차가운 공기를 가득 안은 이불이 얄밉기만 하다.
천장을 바라본다.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감돌고 있다.
시계를 바라본다. 새벽 세시.
우연의 일치인가. 안잠자씨는 벌써 일주일째 새벽 세시라는 시각을 목격하고 만다.
'스스스..'
"누.... 구세요?"
아무도 없다. 이제 없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는 양치기도 아니면서 급기야 양을 세기 시작한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백 마리, 양 백한 마리, 양 백두 마리.......... 젠장.!"
양이 백 마리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평정심을 잃고 만다.
" 아, 이 시베리아 된장찌개. 십 원짜리 미나리.! 왜 잠이 안 오는 거야.!"
애꿎은 베개만 던진다. 베개가 힘없이 문짝을 맞고 널브러진다. 안쓰럽다. 꼴이 왠지 자신 같은 안씨는 베개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진정하자. 휴우 휴우"
배게를 집어온 후 심호흡을 크게 한 안씨는
다시 퀸사이즈 험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천장에 점이 하나 보인다.
'저게 뭐지?'
안잠자씨는 그 점이 무엇인지 가늘게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피곤한지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점은 점점 커져 작은 단추만 해졌다가 손바닥만 해졌다가 접시만 해진다. 그것도 윙윙 돌아가면서.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침대가 휭휭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지구의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안씨의 몸은 자유로 드롭에 매달린 채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두통이 온다.
안씨에겐 고소공포증 있다.
윙윙.... 이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점점 속력이 빨라진다. 윙윙.. 지구의 자전을 온몸의 핏줄이 느끼고 있다. 윙윙윙.... 피가 쏠린다. 토 할 것 같다. 위장이 쪼그라든다.
단추 구멍만 하던 그 시커먼 구멍은 이제 거대한 우주비행선만큼 커져 퀸사이즈 침대를 꿀꺽 집어삼켜버렸다.
그의 몸은 이제 어찌할 수 없다. 벗어나려 발버둥 쳐 보았지만 몸은 침대 매트리스에 딱 달라붙어 꼼짝할 수 없다. 이미 빨려 들어가고 있다. 강력한 진공청소기의 먼지처럼, 안씨는 시커먼 우주와 같은 무한대 세계에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안씨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다. 코피가 터질 것만 같다. 입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눈을 뜰 수 없는 아주 강력한 빛이 안씨의 망막을 때린다.
"으악. 이젠 끝이다.!!!!!"
아니, 아침이다. 또 다시 아침이다.
2007년 쓰고 2013년 퇴고
by.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