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의 계절

by 구수정

허름한 횟집 수족관에서 전어 한마리가 배영을 하고 있다. 좁고 둥그런 수족관 안에 갈 곳이 어디 있다고 수십마리 다른 전어들은 열을 지어 뱅글뱅글 바쁘게 움직이는데 유독 한마리의 전어만이 대열을 이탈 한 채 유유히 배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픈가 싶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과 꼬리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전어는 다만 성숙할 뿐이었다.


다른 전어들을 향해 그는 비웃었다.


"한치 앞도 모르면서 저렇게 애쓰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쁘게 헤엄친다. 저렇게 애쓰면 바다라도 갈 수 있는 줄 아나보지? 아니, 이 녀석들은 아직 사태파악이 안 된거야. 그는 알고 있다. 수족관 전어들의 운명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동료들의 전어 타 들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그는 더 무기력해졌다. 산 채로 회뜨고, 불에 태우고, 고추장에 무친다지 아마... 바다에서 그는 불사신처럼 살아돌아온 한 전어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무용담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더구나 그 횟집은 바닷가였다. 여기는 도시야. 허름해도 수족관의 벽은 더 높아졌으며 경비는 삼엄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바다로 가야 해.

"어서 오십쇼"


"와. 맛있겠다. 가을엔 전어가 제철이지. "


손님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 우릴 보고 맛있겠다고 할 수 있지?'


그때 배가 불룩 나온 중년의 아저씨는 배영을 하고 있는 전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인! 수질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얘 맛이 갔잖아."


"어이쿠 죄송합니다. 손님!"


주인은 즉시 그 녀석을 건져내어 쓰레기통에 휙 던져버렸다. 배영을 하던 전어는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해버렸다. 몸이 욱신거린다. 악취가 심하다.

"으으으...."
"청년!"
"누 누구요?"
"여기...나일세"

몸이 썩어가는 수명이 다 된 전어였다. 움직일 수도 없이 겨우 아가미만 들썩였다. 둘러보니 시체들이 가득하다. 바다에서는 맡지 못하는 냄새. 종종 바닷가 조개무덤에서나 나는 냄새, 비린내. 그렇다. 비린내는 물고기 시체 냄새였다. 건강한 물고기에서는 나지 않는다.

"이렇게 싱싱한데 어쩌다 들어왔어?"
"......"


할 말이 없었다. 썩어가던 전어는 턱을 덜덜거리며 말을 잇는다.


"하긴 여기서 죽으나 잡아먹혀 죽으나 죽는건 매한가지지"


"나갈 방법은 없는 건가요?"


"주위를 둘러봐. 방법이 있으면 이러고 있는지. 결국 내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죽는 건 똑같아. 죽을 준비 하라구."


청년 전어는 슬펐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해 보지도 못하고 죽음이라니. 무기력했다.


"그래도 남들처럼 열심히 헤엄 치다 전어 구이라도 될 걸 그랬어. 그럼 사람들 피와 살이 될거 아니야. 캑캑"


쓰레기통 선배는 이제 갈 때가 된 모양이다. 몇번 아가미를 들썩이다 움직이지 않았다. 청년 전어는 생각했다.


'결국 사람에게 먹혀도 내 수명대로 살지 못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사람의 배만 불리고. 바다는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것인가. 이 쓰레기통을 수족관을 탓해야지 전어구이가 될걸 그랬다니...'


점점 무기력함만 더해질 뿐이다.

그 때 청년 전어를 들어올리는 작은 손이 있었다. 한 꼬마가 버려지는 전어를 본 것이다. 순간 청년 전어는 희망이 생겼다.


'이 꼬마가 나를 어엿삐 여겨 바다에 데려다 준다면!'

부푼 꿈도 잠시.

꼬마는 전어를 다시 수족관에 넣어 주었다. 여전히 좁은 수족관 안에서는 달리기가 계속 되고 있었다. 기적 따위는 없었다. 청년 전어는 잠시 생각한다. 이렇게 뛰다 죽을 레이스에 참여할 것인가. 여전히 바다를 꿈 꾸다 쓰레기통에 처박힐 것인가. 그의 시선은 이미 동료 전어의 뒤꽁무니에 꽂혀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불면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