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20180612 북미정상회담

by 구수정

“모든걸 부정당한 기분이었지. “

그는 입에 물려던 담배를 서둘러 껐다.

“이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별 이야기를 다했군. “

사람, 사람이라.... 그 말이 좋았다. 나를 여자라 부르지 않고 사람으로 불렀다. 종종 취재를 다니면 늘 듣는 말이 “여자가” 였다. 특히 그와 같은 중년의 아저씨들. 여자가 시집은 안가고 돌아다닌다. 여자가 쓸데없이 그런거 묻고 다닌다. 여자가 그렇게 드세서 남자가 좋아하겠냐 따위의 말들. 그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조심하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사람답다’고나 할까.

“변화, 개혁, 자유수호 그런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지. 그런데 세월이 가면 그 송곳처럼 찌르는 말들이 무뎌지는 것도 사실이야. 뭔 뜻인지도 제대로 몰라. 그저 들리는대로 떠들어대고. “

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 대로 산 게 아니야. 그래서 불쌍하지. 그걸 인지하지 못한 자들도 많고.”
“그렇군요.”
“알아도 인정하기 어렵다네. 고집이랄까. 내 인생을 부정당한 것 같거든.”
“......”
“이해해달라는 말도 웃기지. 그렇게 같이 사는 거야. 천천히 변화를 느끼면서. ”

뉴스에 김정은과 트럼프의 악수 장면이 비춰졌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 사람의 생애보다 더 거대한 역사가 쓰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