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1년후 3편
치유에세이<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일년 후 다시 떠난 여행기 입니다.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다이마' 하고 들어선 문 앞에서 코냥은 여전히 소파 윗부분에 매달려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데면데면했다. 이 닝겐, 어디서 많이 본 닝겐인데. 쓰다듬는 손길에 피하지 않고 나를 한참 바라보다 사라졌다. 내가 누군지 잊은 듯.
1년 새 가와사키 아저씨 집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치히로네가 들어와 살게 되면서 집 안 구조도 바뀌고 고양이들도 그만큼 사람 손을 타는 터라 손님들에게 더더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행히 미츠키와 아마네는 나를 기억해 주어 밝은 미소로 환영해 주었으나, 아마네는 그 새 컸다고 쑥스러운 듯 예전처럼 무릎에 털썩 앉지는 않았다.
코냥, 여기서는 네 녀석 이야기만 하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나는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긴 1년이나 지났으니 고양이에겐 더 긴 시간이었을게다. 녀석은 어디로 숨었는지 내내 보이지 않다가 다른 손님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난로 가까이 다가왔다.
"코냥~"
다정하게 그를 불렀다.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본다. 어! 눈이 마주쳤다.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손을 뻗어 녀석을 쓰다듬었다. 약간 긴장한 상태로 나의 동태를 살피던 녀석은 더 무엇을 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로구나.
파티가 끝나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동안 코냥은 다리 사이로 지나기도 부비기도 하면서 나의 존재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냄새도 맡아보고 쓰다듬는 실력도 가늠해 보더니 이제 궁둥이를 들이대며 만져달라고 한다. 역시 코냥!
좀 친해졌나 싶었다. 레몬주스를 만들고 난 레몬 껍질이 향기롭길래 코냥에게 맡아보라고 들이밀었다. 고개를 돌려 피한다. 괜한 장난기가 발동해 아예 레몬즙을 코에다 발라줬더니만 고개를 격하게 흔들고는 앞발로 고양이 세수를 막 한다. 쓱쓱쓱쓱 세수로는 부족했는지 전 속력으로 소파 뒤로 휘리릭 도망가 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내게 현정이가 말해줬다. 고양이는 시큼한 냄새 싫어해요. 특히 레몬 냄새.
닝겐, 니가 감히! 어디선가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저 소파 너머에서 나를 향해 레이저를 쏘는 녀석을 발견했다. 그 강력한 눈빛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단단히 삐진 모양. 또다시 미안한 짓을 해버렸다. 한동안 코냥은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가까이 오지 않았다. 헐, 이번 관계는 망한 것인가.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코냥이 화장실 세면대 위에 위태롭게 서서 물을 먹다 딱 걸린 것이다. 목이 마른 모양이다. 정면으로 마주친 코냥은 몇 초간 째려보더니 다시 나오지도 않는 수도꼭지를 연신 핥아댔다. 나는 육중한 몸으로 조그만 세면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꼭지에 물을 틀어 주었다.
"발가락에 쥐 나겠다"
코냥은 고개를 기울여 쪼르르 나오는 물을 핥느라 위태위태 하다. 나는 잠시 마려운 똥도 잊어버리고 손에 물을 받아 핥아마시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코냥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할짝 할짝 제 먹을만치 핥아먹고는 슝 사라졌다.
닝겐, 널 오해했다. 코냥은 그 이후부터 다리사이를 휘저으며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더니 맘 놓고 비비기 시작한다. 닝겐 오랜만이다옹. 어떻게 하는지 알지? 등 긁어다오, 꼬리뼈도, 목덜미도. 손을 내밀자 얼굴을 들이밀며 귀염 피우는 녀석. 휴우~ 이제 겨우 관계 회복.
그래도 무릎에 올라와 앉는 건 실패.
아. 떠나기 아쉬운 시간.
@2017 도야마,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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