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일년 후 1편
네, 그래요.
다시 왔어요.
1년 만이죠.
맞아요.
책 핑계를 대고 다시 왔죠.
여기 도야마에.
이번엔 혼자가 아니에요.
치유에세이<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일년 후 다시 떠난 여행기 입니다.
다시 간다고 마음먹기까지 꽤 많은 내적 갈등이 있었다. 우선 도야마로 가는 직항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고마쯔 공항이나 나고야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했다. 아,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또 혼자가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가족이 함께였다. 도야마의 설국을 보고 싶어 한 우리 엄마와 그저 여행이면 신나라 하는 올케, 현정이.
결국 나고야에서 하루 머물고 나고야 역에서 도야마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큰 가이드라인을 잡고, 덤으로 나고야 일정이 생겼다. 주부공항서 나고야 역으로 공항 기차를 타고 온 뒤 돈카츠로 배를 두둑하게 채운 다음 에어비엔비로 얻은 숙소를 향해 택시를 탔다.
일본에서 택시는 처음 타는 것 같다. 그렇지, 세 명이 있으니 무섭지 않다. 클래시컬한 모양의 검은색 택시를 타자 연세 70쯤 족히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운전기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노령화된 일본 이야기가 헛말은 아닌가 보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타고 가는 동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와! 눈이다!"
"유키."
"아.. 눈이 유키라고요?"
할배 기사님은 여자 셋의 환호성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짧은 토막 영어로 말해주었다.
"내일 아침이면 나고야는 하얗게 변해 있을 거야."
"아 정말요?"
할배 기사님은 자랑하듯 말했지만, 나는 좀 콧웃음을 쳤다랄까. 어차피 우린 설국의 도야마로 가는 걸. 이 정도로는 어림없지. 그런데 내일 아침에 이동할 건데 눈 많이 오면 힘든데...... 역시 도시의 눈은 환영받지 못한다.
나고야의 아침은 하얗게는커녕 여전히 삭막했다. 따뜻한 도시의 눈은 달궈진 아스팔트에 닿자마자 녹아버렸다. 할배 기사님의 예지력은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우린 잘됐다, 이동하긴 좋겠네 하며 버스를 타러 서둘렀다. 어찌어찌하여 버스를 타고 출발. 나고야 시내를 빠져나와 저 멀리 거대한 산들을 향해 간다.
창 밖은 어느새 눈이 내려앉았고, 세상은 하얗다. 점점 우리는 설국을 향해 깊숙이 다가간다. 귀가 먹먹해지면서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하늘에 가까이 다가간다. 길 가장자리에 쌓인 눈의 두께는 이미 여러 날 차곡차곡 더해진 듯 견고하다. 터널을 지나자 발 밑 깊은 계곡을 드러내며 설국의 위용을 품어낸다. 그렇다. 여기가 설국이다.
조하나 서비스 에리어에 내려 영호 아저씨를 기다렸다. 눈은 작년보다 훨씬 더 왔다. 내 키보다 더 큰 눈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박눈이 제 몸 가누기 어려운 듯 솔솔솔 머리 위에 쌓인다. 그런 눈을 처음 본다는 엄마의 반짝이는 두 눈에서 슬며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런데 유심을 꽃은 휴대폰이 먹통이다. 치히로에게 연락해보아도 만나기로 한 영호 아저씨는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거 큰일인데! 여기에서 미아 되는 건 아니겠지? 가족을 다 끌고 왔는데! 괜찮다고 안심시켜두었지만 안심이 안 되는 건 나뿐인가? 결국 한국 휴대폰으로 국제전화를 걸어 통화에 성공했다. 미리 설명서를 안 읽어본 내 탓이지.
하얀 눈 위에서 노랑 옷을 입은 영호아저씨가 보인다. 이제야 진짜 안심! 드디어 아주 안전한 설국에 들어왔다. 혼자가 아닌 함께.
@2017 Toyama,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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