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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May 06. 2023

공무원이 뭐라고...(29)

내가 생각하기엔 잘 했는데... 왜 평가는 다를까?

임기제 공무원으로 9년을 지내는 동안, 나의 근무성적평가(실적 평가) 등급이 몇이었는지 모르고 지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고나 할까?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에 비해 나의 직위는 실적 결과가 매우 무형적인 것이었으므로 어떤 위치에 서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물어보나 마나 아닐까 해서 물어볼 생각도 기억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알고 싶지만... 알게 되면 기분이 울적해지는 다면평가


그에 반해 다면평가는 내가 알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 다면평가는 바로 공개(개인에게만)되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 한적도 많다. 다면평가는 나와 함께 같은 국에 있었거나 나의 상사이거나 나를 아는 직원들이 나를 평가하는 제도인데, 평가항목은 정책 목적 및 방향 제시, 조직 관리, 전문성, 의사소통 및 협의조정, 청렴성, 그리고 성인지감수성 등 7개 항목으로 구분된다. 각 문항은 7점 척도(성인지감수성은 8점 척도)로 이루어져 있다. 평가결과는 나의 점수, 평균점수, 중위값으로 보여준다. 나의 다면평가 결과는 얼마동안은 평균 점수나 중위값에 머물렀다. 몇 년 지나자 중위값을 넘어서게 되었다. 다면평가는 내가 만점을 주고 싶다고 해서 전부 만점을 줄 수 없다. 상위 몇 %만 줄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가자(직원)는 평가대상에 대한 마음 속 순위를 정하여 1순위-3순위까지 만점을 준다. 만점을 주게 되면 그 이유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1-2점 정도 빼는 사람도 보았다. 또한 평가를 할 때에 공직사회 정서상 정말 문제가 심각한 사람 외에는 좋은 점수를 주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 점수가 좋다. 나도 만점을 받지는 못하지만 공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평가점수가 조금씩 올라갔다. 

다면평가 결과

평가를 할 때에는 만점에서 한 칸씩 빼는 식으로 점수를 부여하기도 하기 때문에 8점 척도에서 7점을 주는 것이 가장 적은 점수를 뺄 수 있으므로 항목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는 가끔 평가결과를 받아들고 분노할 때가 있었는데 바로 청렴성 점수가 낮을 때였다. 청렴성 점수가 낮으면 왜 내가 이러한 오해를 받게 되나 우울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평가를 해봐도 평가 자체가 애매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업무 관련하여 불공정한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와 같은 질문이라면 같은 부서장급이라도 부서안에서 과장과 직원간 이루어지는 대화나 상황은 세부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 언젠가 과장이나 국장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사람좋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던 부서장이 있었는데, 직원들에게는 그렇지 못하여서 문제가 된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함께 일하지는 않았고, 이름만 아는데 평가대상으로 올라 온 경우는 제척사유를 썼다. 


다면평가 결과 하위 10%에 해당하면 당기 승진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사실 다면평가 결과를 받아들면 몇 %에 해당하는지가 가장 관심사이다. 다면평가는 개인의 평소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므로 실적평가와는 많이 결이 다르다. 실적평가는 연봉과 연동되기 때문에 일반직 공무원이든 임기제 공무원이든 반드시 내가 어느 등급에 속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실적평가는 곧 연봉과 직결


실적평가제도, 근무성적평정제도와 같은 인사제도는 제도 자체는 같다. 그러나 각자 내부적 상황에 따라 운영방법이나 절차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조직에서는 내가 생각하기에, 어느 자리에 있는가로 등급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실국의 주무부서와 주요 사업부서, 그리고 건제상 뒤로 갈수록 선택권의 폭이 좁아진다. 임기제 경우 실국에 1명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A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국장이 생각하기에 매우 중요한 사업을 맡았다면 S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내가 있던 실국에서는 처음에는 임기제가 1명이었는데 그 다음에 임기제가 3명이 추가로 영입되어 4명이 되었다. 임기제는 S, A, B 등급이 있다고 하면 어느 누군가는 S등급을, 다른 누군가는 A나 B등급을 받게 된다. 그런데 임기제는 계약직이므로 B등급을 연달아 받았다고 하면 다음번 계약때 계약연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S등급을 제외하고 다른 임기제는  등급을 돌아가면서 순번대로 받게 되었다. (내부 회의때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여 S등급도 포함해서 순번제로 하기로 하였으나...) 다들 이러한 순번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실적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실적은 평가기준이 애매하다.  사업의 중요성 및 시급성을 가늠하는데, 시장 공약사업, 실국장 중요사업 등등의 순서로 실적이 평가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다면평가이든 실적평가이든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눈에 뜨이는 실적이 없을수록 의미를 찾게 된다. 그런데..누구도 인정할만한 실적을 내면 다른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해준다. 나 혼자만 두고 보면 '그 정도면 충분하다. 잘했다.'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충분하였으되 그정도는 남들도 했다.'일수도 있다. 다면평가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자주 봤고 나 역시 불만인 적도 있었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명징하게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면평가 결과를 위해서 남에게 잘보여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다면평가는 평소 그 사람의 업무 태도에 관한 것이다. 일상적 업무생활을 하면서 의사소통노력과 업무에 대한 성설성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실적평가는 조금 다른데 물론 맡은 사업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성실할 뿐 아니라 잘 해내는 것도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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