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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an 05. 2021

공무원이 뭐라고...(3)

꿀같은 사가독서휴가가 제일 좋아라

* 공무원이 정신적 및 육체적 휴양을 취하여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공무원의 사생활을 돌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연가는 공무원이 받는 편익이며, 이를 받는 것은 공무원의 권리라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가 [年暇] (경찰학사전, 2012. 11. 20., 신현기, 박억종, 안성률, 남재성, 이상열, 임준태, 조성택, 최미옥, 한형서)

공직에 처음 들어와서 내게 주어진 휴가(연가)는 3일이었다. 1년 365일 중 3일을 쉴 수 있다. 공직에 들어와 많은 것들이 낯설었기 때문에 감히 쉴 생각을 못했다. 나는 처음에 3일 연가가 적다고 생각했지만 그조차 사용하지 못했다. 요즘 신규공무원들의 연가는 통상 11일이라더라. 연가가 며칠이 되었던지 연가외에 특별휴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가독서 휴가'이다.


세종대왕께서도 집현전 학자들을 위해 유급휴가제도인 사가독서제를 실시했다고 한다. 심신이 지친 학자들에게 독서를 하며 재충전을 하라는 뜻이다.


'사가독서 휴가'는 2일인데 나누어 사용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월,화 이렇게 사용하거나 주말을 끼어서 금, 월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가독서 휴가'는 이름 그대로 독서 후에 독후감을 제출해야 하는데  10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특별휴가는 없어지고 사용한 2일은 연가에서 제외하게 된다. 꼭 독서는 아니고 여행이나 전시회 관람후기를 써 내도 되는 것 같은데, 직원들은 대부분 독후감을 제출한다. 독후감은 3-5페이지 정도로 작성하는데 특별한 형식은 없었다.


나도 사가휴가를 사용한 후 독후감을 제출했다. 다음은 "역사의 쓸모" 에 대한 내맘대로 독후감이다.



1. 글을 시작하며
     
역사를 재미있어 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중학생일 적에 역사시험 점수를 평균 이하로 받아온 적이 있다. 아이는 역사가 재미없어서 공부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카들도 마찬가지이다. 역사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고 시험을 보기 위한 연대표로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할머니 인생 속에도 역사가 있다 말해주었더니 신기해한다. 할머니는 7살 무렵 전쟁을 겪었다. 전쟁 후에도 이념 대립으로 인한 피해를 목격하며 자랐다. 독재정권을 겪었고, 민주화운동을 보았다. 그러한 경험이 쌓여서 역사가 된 것이다. 그 역사는 우리가 배우는 역사이다. 생생한 경험을 전래동화처럼 엮어서 전달하면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의례적 내용만을 외우고 정답을 맞히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역사는 재미없다.  
     
2. 저자에 관하여
     
「역사의 쓸모」 저자는 역사를 배우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오늘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적고 있다. 저자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여 역사 교사가 되었다. 2001년부터 시작한 EBS 강의로 전국 학생들로부터 ‘믿고 듣는 큰별샘’ 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역사에 대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 고민의 결과가 책으로 나왔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3. 이 책의 방향성에 관하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연설 중 한 말이다. 역사가 무엇이길래 그 역사를 잊으면 미래가 없는 것이라고 장담했을까.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역사는 인생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잘못되었던 실수들을 바로잡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조직에서 간부 교육에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듯, 혁신을 이야기할 때 정조를 이야기하듯, 일제 강점기를 기억하며 국력의 중요성을 실감하듯 그렇게 역사는 우리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일종의 지침이나 기준이 될 수 있다.
     
4. 이 책의 구체적인 목차에 관하여
     
이 책은 총 4개의 장인데, 1장은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3장 한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로 구분되어 있다. 책에 목차가 별도로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적어본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 기록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
  - 새 날을 꿈꾸게 만드는 실체 있는 희망
  - 품위 있는 삶을 만드는 선택의 힘
  -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하여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약소국인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 태양의 나라 잉카제국은 왜 멸망했는가
  -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조건
  - 하나는 내주고 둘을 얻는 협상의 달인들
  -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을까
  - 체면과 실속 중 무엇을 챙겨야 할까
  -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법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
  - 바다 너머를 상상하는 힘
  -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 시대의 과제를 마주하는 자세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 각자의 삶에는 자신만의 궤적이 필요하다
  -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바라본다면
  - 지금 나의 온도는 적정한가
  - 시민이라는 말의 무게
  - 오늘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4. 특히 인상 깊은 내용에 대하여
     
1장에서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쓸모없는 것이라도 잘 엮으면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유사 遺事’는 풀이하면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이다. 이렇게 역사는 그 내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이 책에서의 초점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그 지역의 대표성이나 상징성을 위해 역사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포항시는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를 주제로 관광시설을 만들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쓸데없는 것이 쓸모있는 것으로 변모한 것이다. 역사는 무궁무진한 콘텐츠의 보고이다.
     
저자는 또한 역사는 기록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명량’ 소설 ‘칼의 노래’ 그리고 의병들을 다룬 ‘미스터 션샤인’ 은 역사를 사람의 이야기로 재조명한 내용이다.
     
또 혁신, 변혁이란 무엇인지도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다. 갑신정변에서는 신분제 폐지를 주장했다. 동학농민운동은 귀천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 100년 전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지금 현대에서 실현되었다. 역사 속에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희망은 씨앗을 뿌려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실현하고 있다.
     
2장에서는  세종대왕의 ‘한글’이 언급된다.
한글은 백성의 삶의 질을 높여준 계기가 되었다. 지식의 독점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한 장치이다. 세종대왕은 기꺼이 백성들과 지식을 나누어 권력을 분산시켰다. 기실 아무리 혁신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열광적으로 사용하고 이용하지 않으면 혁신은 그 자리에 멈추어 있을 것이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의도했던 바와 같이 백성들이 손쉽고 빠르게 익혀 사용했고, 오늘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혁신의 방법론을 배우는 순간이다.
     
3장은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동법 확산에 평생을 바쳤던 김육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동법은 쌀로 세금을 내는 제도이다. 대동법은 공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안이었다. 지역의 특산물을 상납하는 것이 부정부패를 만들어내고 그에 따른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대동법은 토지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점이다. 토지가 적은 농민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고 토지가 많은 경우에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될 일이었다. 요즘으로 종합부동산세에 해당되겠다. 김육은 대동법에 인생을 걸었다. 저자는 김육 이외에 평생을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도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대의 과제를 고민한다. 우리는 이제 신분제에서도, 빈곤에서도 벗어났고 민주주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4장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성리학이다. 성리학은 구조기능주의와 유사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기준이다. 본분을 다하는 사회를 성리학에서는 이상적이라고 본다. 각자의 선 위치에서 본분을 다해야하는 사회는 전쟁 즉 병자호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무너진다. 백성을 돌보지 않고 도망치는 양반들의 모습은 성리학의 질서를 무너뜨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전쟁 후 예송(예법에 관한 논란)은 양반들의 정체성 찾기운동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건 예송은 자신의 방법만을 고집하는 대립과 충돌의 현주소이다. 저자는 갈등이 도처에 있는 현대사회에서 당면한 문제는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서인과 남인의 이념싸움처럼 허무한 싸움에 열정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5. 글을 마치며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역사는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한다고 할까.
우리는 역사를 단순히 배워야 할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역사이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역사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역사가 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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