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지만 소통이라 부르기엔 애매한..
교보문고에서 ‘소통’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천여 권의 책들이 검색된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유쾌한 소통의 법칙」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소통의 기술」 「소통형 인간」 「소통 불통 먹통」 「소통의 기술」 「소통, 경청과 배려가 답이다」 「소통의 리더십」 「소통의 힘」 등이다. 이렇듯 소통에 관한 책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 내 소통’을 주제로 직장인과 알바생 2860명에게 설문조사 결과(2017.2.23.)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직장인 중 10명 중 8명(79.1%)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응답자 중 근로자 90.0%는 평소 직장 내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소통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으로는 ‘평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응답자의 74.4%)’가 1위를 차지했다.”
나는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나는 정말로 소통을 잘 하고 있을까?
우리는 소통을 원하지만 소통이 어렵다.
사람들은 소통의 방법을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불통의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내가 공직에 들어와서 만난 첫 상사는 소통을 매우 중요시 하는 분이었다. 직원들에게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고 잘 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다. 공직사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회의때마다 아주 매우 열심히 그 상사를 쳐다보며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상사를 쳐다보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게 되었는데, 늘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옆을 슬쩍 보며 무엇을 적는지 보았다. 옆에 있는 직원은 상사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받아 적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상사의 말을 받아 적느라 상사와 눈을 마주칠 경황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대답하기 싫어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내 조직의 문화가 그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윗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지시사항이었기에 토씨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그 상대방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면, 상대방으로부터 아무 반응이 없다면, 이미 소통은 물 건너 갔다고 본다. 소통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 적용과는 거리가 먼 상황은 주위에서 자주 발견된다. 어쩌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소통이 잘 안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통 단절이 근로의욕을 꺾는다(42.1%)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진다(20.9%). 업무 단절, 조직 내 고립 등으로 업무 효율 저하(13.6%)', '애사심 저하(6.5%)' 등의 응답이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소통이 잘 안되면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소통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우 간단하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면 된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잘 들어야 하고 둘째, 열심히 들어야 하고 셋째, 인내를 가지고 들어야 한다.
첫째, 잘 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이 신나서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표현하면,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잘 반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반응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반응은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이다. 물론 너무 자주 끄덕이면 성의가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공감간다는 표정으로 끄덕인다. 눈을 잠깐 감고 생각하는 것처럼 끄덕인다.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등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열심히 말할 수 있는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나이가 많은 수록, 기수가 높을수록 발언에 있어 우선권이 주어지는데, 우선권이 있다고 해서 먼저 말하고 많이 말하면 소통은 실패이다.
둘째, 열심히 들어야 한다.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말을 할 때에 그 사람의 말을 중간 중간 요약해서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확인할 때에 앞서 언급한 발언우선권을 활용하면 된다. 상대방 말의 요지를 질문으로 확인해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중간 중간 까먹어서 자주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무작정 화가 나서 이야기하다가 정작 원하는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야기 못하고 상대방 탓만 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경치를 바라보고 있더라도 서로 이해한 바가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 이해한 바가 동일한지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점심 같이 하자.’라고 하면, 오늘인지 내일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맥락상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셋째, 인내를 가지고 들어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라는 것은 비판이나 판단 없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다고 하자. 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접촉사고를 당했을 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경찰에 전화했어야지’ ‘차에서 내릴 때 뒷목을 잡고 내려야 해요.’ ‘상대방에게 먼저 큰 소리로 화를 내야 유리해’ 등등 매우 다양한 어조와 격앙된 표현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만약 친구가 직장동료가 접촉사고를 당했다고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말해줄 것인가? 내 경험을 먼저 이야기하지 말라.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라고 물으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기 전까지 조언은 금물이다.
공직에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본인이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은 소통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조직이 여기뿐은 아닐 것이다. 초창기에 한 직원의 보고를 받았는데, 그 직원에게 내가 ‘그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질문했더니 표정이 이상했다. 나중에 그 직원은 윗 사람은 지시하고 아랫사람은 지시사항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의견을 먼저 물어서 매우 당황했다고 했다. 8년전 이야기이다. 이제는 직원들이 의견을 먼저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
참고>
교보문고 ‘소통’ 검색. 2017.2.3. http://www.kyobobook.co.kr/search/SearchCommonMain.jsp
중앙일보 2017.2.3. ‘직장인 79.1%, 회사서 소통단절 경험…'근무 의욕 꺾는다’
http://news.joins.com/article/21205888
아주경제, 2017.2.3. ‘직장인 79%, 직장서 소통장애 겪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