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이 Jan 05. 2021

공무원이 뭐라고...(6)

리더만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면접위원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임기제 공무원 면접에 가는데, 6급에 상당하는 계약 나급 부터는 평가항목에 ‘리더십 소양’ 이 있다.  이른바 7급 이하 직원들의 사수 역할을 해야 하기도 하고, 상사의 지시사항을 받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7급 이하인 경우도 리더십이 필요한데, 업무를 추진할 때 리더십은 자기주도성 노력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심사위원이 면접자에게 리더십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 응시자는 “내가 하는 업무는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다. 내가 할 업무는 지원하는 업무이다.” 라고 했다.

그 응시자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리더십 항목뿐 아니라 다른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자신의 할 일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꼭 공직사회가 아니라도 어느 조직에서나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 훈련을 받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매번 들어도 실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늘 어렵다. ’갈등관리‘ 특강을 가면 심심치않게 ’직원들과의 갈등은 다루지 않아요? 민원인들보다 직원들과의 문제가 더 심각한데요. 리더십은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거에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그 때마다 ’어떤 리더가 좋으세요?”라고 되묻는다.  

    

“어떤 리더가 좋은가?” 

    
여기에, 성격은 막장인데 성과를 잘 내는 리더와 성격은 참 좋은데 성과는 그다지 내지 못하는 리더가 있다. 내가 상사로 함께 하고 싶은 리더는 누구인가? 성격도 좋고 성과도 항상 훌륭한 리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설령 있더라도 내 인연이 아닐 때가 많다. 혹시 이 글을 보면서 ‘나는 성격도 이만하면 괜찮고 성과도 좋아.’ 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착각이다.      

부하직원들은 방향을 잘 설정해주고 명확한 지시를 하는 상사를 원한다. 그러나 일방적 지시는 싫어한다. 내 업무에 관심을 가져주는 상사를 원한다. 관심을 넘어 간섭하는 상사는 혐오한다. 내게 성과 낼 수 있는 일을 맡기길 원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승진기회를 주는 상사를 원한다. 다른 사람에게 승진기회를 주면 불공정이다. 내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늘 격려해주길 원한다. 질책은 나의 몫이 절대 아니다. 내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대신 그 목표를 채워주길 원한다. 채우지 못하면 무능력자이다. 상사가 승진해서 좋은 자리로 가면 나를 데려가주길 원한다. 모른척하면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다.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상사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상사는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니, 이쯤에서 질문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최소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본인들의 욕구를 채워주던 그렇지 못하던 상관없이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안주거리이다. 부하직원들은 제멋대로라고 할지라도 상사는 어떤 상황이든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며 직원들의 방패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많은 것들을 견딜 수 있다면 「리더」이다. 리더의 무게는 그러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과장이 되었다. 평소에 그 사람은 “과장이라면 말이야.”로 시작하며 부서장으로서의 역할을 누누이 강조했다. 과장이 된 그 사람은 평소 자신이 강조했던 그대로 역할을 잘 했을까? “왜 내가 이런 것까지 생각해야 해?” 라는 말을 손에 쥐고 다닌다. ‘직원에게는 월급날이 너무 멀고 사장은 월급날이 너무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 리더와 부하직원간의 간극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예전에 나는 몇 천만원 짜리 계약을 놓친 적이 있다. 우리팀은 그 분야에 매우 정통하다고 소문나 있었고 입찰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서류를 제때 접수만 하면 그 프로젝트는 우리팀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 계약을 놓쳤다. 단지 1분이었다. 입찰장 문이 닫히는 와중에 도착했으나 문은 그대로 닫혔다. 입찰담당자는 매우 공정한 사람이었다. 늦었기 때문에 그래도 5분 늦은 것도 아니니 봐달라고 했지만, 봐주지 않았다. 울먹였지만 통하지 않았다. 나는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용기를 짜내어 들어갔다.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것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상사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조금 있다가 상사는 사무실 옆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집에 그냥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옆 방에서 돌아온 상사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내게 내밀었다. “잘못한 만큼 맛있게 무라” 내가 쇼파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 상사는 다른 팀원들에게 전화했다. 자신의 실수로 입찰을 못했다고 했다. 다음에 반드시 더 큰 프로젝트를 따내서 보상을 하겠노라 했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났을 때 상사는 나를 보고 웃었다. 나의 첫 상사이다.     

 

“지금 나는 어떤 리더인가?”     


나의 첫 상사는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상사는 아니었다. 일을 제때 해 내지 못하면 화를 냈다. 때로는 아주 부드러운 말로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 항상 즐거웠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의 첫 상사는 부하직원의 잘못을 함께 짊어져 주고 짐을 덜어주는 상사였다. 일에 대한 보상은 사전에 약속으로 명확히 하고 프로젝트가 잘되면 조금 더 나눠주는 상사였다.      

지금의 나 역시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상사인 것도 아니고, 내가 원했던 상사도 아니다. 일의 진척이 늦어지면 채근하기도 하고 방향이 잘못 되면 종종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첫 상사가 그러했듯 나도 최소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책임지는 리더이기를 노력한다. 고생은 함께 하고 보상은 독차지하는 리더이거나 본인의 실수를 부하직원에게 스리슬쩍 떠넘기는 리더를 거부한다.      

리더십은 리더가 져야 하는 무게이다. 책임과 권한이 리더에게 있다. 그것의 무게를 짐작하고 기꺼이 질 수 있어야 리더십이 있다고 비로소 말 할 수 있다.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이던 직원을 섬기는 리더이던 어떠한 리더십 형태를 갖추고 있던지 상관없이 내가 속하고 있는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조직의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리더의 일거수 일투족은 부하직원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어떤 직원은 따라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따라하게 된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를 따라하는 부하직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한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해보자. 리더십은 어떤 형태로든 발현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리더십이 잘못 발현되지 않도록 “지금 어떤 리더인지,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공무원이 뭐라고...(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