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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an 05. 2021

공무원이 뭐라고...(2)

승진 하려면 근평

2012년 개방형직위에 채용되어 공직사회에 첫 발을 들이민 나는 첫 출근 때 직면했던 문제로 인해 매우 당황한 적이 있다. 직원들이 불만에 가득차 있었는데, 알고보니 근평때문이었다.


근평은 근무성적평정제도의 줄임말이다.  근평은 수, 우, 양 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수를 받아야 승진대상 범위에 들 수 있다. 9급에서 7급까지는 승진대상 범위에만 들면 순번대로 승진이 가능하지만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고자 하는 경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심사승진이고 다른 하나는 역량평가이다. 예를 들어 내가 수를 4번 받고 역량평가시험을 매우 잘 받으면 승진이 가능하다. 내가 수를 받고는 있는데 역량평가를 잘 못받았다면 심사승진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심사승진은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역량승진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역량평가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그룹별로 모여 스터디를 하거나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족보를 구해서 연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본 바는 없다. 다만 역량평가시험을 잘 본 직원들이 시험후기를 이야기해줄 때 알게 되었다.


근평 받고 있니? 라고 물어본다면 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수는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첫번째 방법은  국 주무 주임이 되는 것이다. 승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국 주무과로 가기를 원할 것이다. 실국본부 안에 과들이 있는데 건제순으로 1과 2과 3과 순으로 되어 있고 1과는 주무과이다. 주무과 주무팀은 국 전체의 인사 등 사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의회에 제출할 자료가 있다고 해보자. 각 과에서 자료를 정리하면 국주무팀에서 이를 수합하여 의회로 제출하게 된다. 무엇이든 총괄업무는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수'를 줌으로써 고생에 대한 보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 주무과장, 국주무팀장, 국주무 담당이 된다면 승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 다음 방법은 국에서 핵심사업으로 밀고 있는 사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거나 국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경우 '수'를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수'를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더 있다면 각 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의 담당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수는 몇 개나 나올까?

우리 국에 7급이 10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는 5명당 하나가 나온다. 10명이면 '수' 자리는 2개이다. 만약 14명이 있다고 하면 '수'자리는 2.5개이다. 다만 0.5는 우1번 자리인데, '수'를 주고 난 후 우1번을 모아서 시조정위원회에서 '수'를 줄 사람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를 '시조정'이라고 한다.


공무원조직은 매우 큰 잘못을 하지 않는한 평생 함께 지내야 한다. 통상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평판과 소문이 평생 따라다닌다. 소위 '복도통신'으로 평판조회가 가능한 구조이다. 나는 대부분의 정보를 직원들이 구해온 '복도통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떤 한 사람에 대한 30년전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복도통신'이다.

앞서 언급한 근평자리(수를 받는)로 가려고 하면 아마도 평판조회라는 것을 받게 될 터인데, '복도통신'으로 내 평판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해보자. 최소한 다른 것을 몰라도 근면성실은 기본이다. '복도통신' 으로 평판조회가 어렵다면 그 사람과 일했던 상사나 동료에게 평판조회를 한다. 공무원들은 어떤 사람에 대한 평판조회가 오면 나쁘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괜찮다.'라고 이야기하면 속 뜻은 '괜찮긴 한데...단점이...' 라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정말 성실하고 성격도 좋고 능력도 뛰어나다면 '아주 좋다. 훌륭하다. ' 라고 이야기한다. 평생을 같이 하는 조직구조안에서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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