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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an 05. 2021

공무원이 뭐라고...(4)

상대방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신입 직원들 교육과정에서의 특강 요청이 와서 무엇을 이야기할까 고민했다. 조직 내 갈등관리 노하우를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나의 부서 내 갈등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항상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은근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할머니는 70대, 엄마는 50대,
그리고 신입직원들은 20대이다.
이렇게 연령이 다르다.

연령대가 다르다는 것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할머니 세대는 전쟁을 겪은 세대이다. 엄마 세대는 유신독재 시대를 지나왔다. 신입직원인 아이들은 민주주의를 겪고 있는 세대이다. 할머니 세대는 전쟁이라면 정말 치를 떨 정도이다. 6.25를 겪었다. 70대인 나의 엄마는 낮에는 국군이 밤에는 북한군이 번갈아 와서 상대편에 무언가 협조하지는 않았는지 감시와 협박 당하는 시간을 넘어왔다. 지금도 컴컴한 숲이나 울창한 나무를 지나노라면 그 때 일이 떠올라 무섭다고 한다.

신입직원들의 시각에서 50대는 그들 부모와 동일한 세대이다. 50대는 가정을 돌보는 것 보다 조직과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개인보다 조직을 더 우선시했던 시기이다. 지금 신입직원들은 50대 부모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조직보다는 개인의 여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부서 팀장님은 지금까지 상사의 지시와 명령을 당연시하는 그런 세월을 지나왔다. 상사가 회의를 들어가면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기다렸다. 항상 먼저 상사의 의중을 확인했다. 상사가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자신은 먹었더라도 또 같이 먹으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몇 번 먹었다고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농담꺼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직원들은 팀장님과 다르다. 뭔가 함께 하자고 권하더라도 팀장님이 한번 거절하면 두번은 청하지 않는다. 팀장님이 상사에게 했던 것처럼 젊은 직원들이 팀장님을 챙기지 않는다. 심지어 팀장님의 권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박에 거절할 줄 안다. 팀장님은 문화충격을 느꼈다.

젊은 직원들이 보기에 상사들은 매우 경직되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뭔가 자유롭지는 않다. 이제 갇혀있지 않아도 되는데 갇혀 있는 것처럼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반면 상사가 보기에 직원들은 매우 자유분방하다. 자신의 의견을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나는 퇴근도 상사 눈치를 보았었는데, 지금 직원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인사도 없이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굳이 애쓰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면 어떨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원만한 의사소통의 첫 걸음이다. 이는 또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즉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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